"바트의 몰락(The Baht Fiasco)"

최근 태국에서는 이런 제목의 정부보고서가 책으로 출간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태국이 외환위기에 휩싸이게 된 원인과 이로인한 경제기반 붕괴과정
을 2백5쪽에 걸쳐 분석한 책이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책이 발매되자마자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보고서로는 이례적으로 바로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른 것.

책자로만이 아니라 비디오테이프나 CD롬타이틀 등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인터넷 전자우편을 통해 거래되기도 한다.

방콕시내의 한 책방주인은 "비싸지만 이렇게 잘 팔리는 책은 처음"이라며
"없어서 못팔 지경"이라며 즐거운 비명이다.

이런 폭발적 인기의 이유는 무엇보다도 일반인들이 태국의 환난에 대해
참고할 만한 첫 공식문서라는 점이다.

태국에서는 일반인들이 정부 문서를 접하기 힘들다.

또 그간 비분강개식의 감상문만 나와 전후사정을 알기 힘들게 만들었던
출판계 사정도 한몫을 했다.

이와함께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만 제대로 고치면 다음번 소는 놓치지
않는다"란 국민적 공감대가 이 책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 놓았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책 내용은 실제 상황을 그대로 옮겨 놨다.

태국 증권거래소의 한 직원은 "1569년부터 약 2백년간 버마에게 자치권을
빼앗긴 것과 요즘 서방 세계에 경제자치권을 내준 것은 형태와 시기만 달리
했지 결국 같은 꼴"이라며 "이 책은 우리가 왜 이같은 고난을 왜 겪어야
하는지를 밝힌 역사책"으로 평가했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