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회장 일가의 북한 7박8일] (2) '튼튼한 소에 감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숙소인 평양의 모란봉초대소는 보통강을 끼고 있다.
국빈급 손님들이 묶도록 지어져선지 시설은 매우 좋았다.
높기로 이름난 유경호텔이 바로 지척이고 동쪽으로 1km정도 가면 대동강을
만나게 되는데 그 유명한 을밀대와 부벽루, 능라도가 바로 이곳에 있다.
이동할땐 형님(정주영)은 벤츠500을 타고 우리는 벤츠190에 분승했다.
차마다 안내요원이 따라 붙었는데 명함을 주질 않아 누군지를 통 알 수가
없었다.
명함 얘긴데 우리들은 서울에서 가져간 명함을 모두 써버렸지만 받은
명함은 서너장에 불과하다.
대부분 명함을 달라고 하면 "갖고 있지 않아 미안하다"며 우리 명함만
챙길 뿐이었다.
어떤 이는 하도 명함을 달라니까 "남조선 통일부에 물어보면 더 잘 알
것"이라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명함을 주질 않긴 장관급 고위 당간부도 마찬가지였다.
평양시내는 무척이나 잘 정돈돼 있었다.
해외여행을 누구보다 많이한 우리 형제들이지만 모두 "아름답다"는 표현을
빠뜨리지 않았을 정도다.
다만 건물에 사용한 페인트가 저급이기 때문인지 손으로 문지르면 칠이
벗겨지거나 묻어나는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구태여 칠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미장작업은 괜찮았다.
김용순 아태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만나기로한 만수대의사당은 평양시내
한복판에 있다.
김 위원장은 무척이나 반갑게 우리 일행을 맞아주었다.
김 위원장은 우선 외모부터가 훤칠하다.
외모만큼이나 성격도 시원시원해 회의중간에도 바로바로 결론을 내리곤
했다.
그만큼 막강한 권한의 소유자라는걸 쉽게 알 수 있었다.
회의는 김 위원장이 의장석에 앉고 우리가 한쪽 편에, 북측의 장관급과
당 고위간부들이 마주 앉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 접견에서는 주로 일상적인 담화와 함께 금강산 관광과 개발 문제가
거론됐다.
나머지 실무 회의는 몽헌이가 아태평화위의 일꾼들과 별도로 가졌다.
이번 방북길에 우리는 북한측과 두가지 경로로 대화를 했다.
하나가 앞서 말한 아태평화위원회고 다른 하나는 민족경제협력연합이다.
자동차 고선박해체 철근공장 등의 사업을 민경련과 합의했다.
지붕재(슬레이트) 공장 등 다른 사업제의도 받았지만 나중에 논의키로 했다.
저녁에는 아태평화위원회가 우리 일행을 환영하는 연회를 열어주었다.
연회에는 주최측인 아태평화위원회에서 김용순 위원장과 송호경 부위원장
등이 나왔고 대외경제위원회 이성대 위원장과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정운업
회장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송 부위원장은 "정주영 선생의 이번 방문이 조국통일을 위한 연대연합의
한길에서 민간급 교류의 모범이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내용의
환영 인사를 했다.
형님도 "판문점이 언젠가 본래의 평화로운 장소로 돌아가 남북이 자유로이
왕래하며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라 믿는다"면서 이제는 남북
대립의 시대는 끝내고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상호간의 화해와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내용의 답사를 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김용순 위원장은 "잘 키워 튼튼하기 이를 데 없는 소를
건네 줘 감사하다"며 "통일의 길을 열어젖힐 수 있는 힘을 모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자주 만날 수 있는 길을 열고 남북경협의 물꼬를 이 자리에서부터
제대로 터보자"고 답했다.
이날 환영 연회에는 평양시내 예술인들의 공연이 진행됐다.
우리 일행은 이 공연외에도 평양에 머물면서 2차례 걸쳐 극장에서 정식
공연을 보게 되는데 그야말로 감탄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 정리=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5일자 ).
국빈급 손님들이 묶도록 지어져선지 시설은 매우 좋았다.
높기로 이름난 유경호텔이 바로 지척이고 동쪽으로 1km정도 가면 대동강을
만나게 되는데 그 유명한 을밀대와 부벽루, 능라도가 바로 이곳에 있다.
이동할땐 형님(정주영)은 벤츠500을 타고 우리는 벤츠190에 분승했다.
차마다 안내요원이 따라 붙었는데 명함을 주질 않아 누군지를 통 알 수가
없었다.
명함 얘긴데 우리들은 서울에서 가져간 명함을 모두 써버렸지만 받은
명함은 서너장에 불과하다.
대부분 명함을 달라고 하면 "갖고 있지 않아 미안하다"며 우리 명함만
챙길 뿐이었다.
어떤 이는 하도 명함을 달라니까 "남조선 통일부에 물어보면 더 잘 알
것"이라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명함을 주질 않긴 장관급 고위 당간부도 마찬가지였다.
평양시내는 무척이나 잘 정돈돼 있었다.
해외여행을 누구보다 많이한 우리 형제들이지만 모두 "아름답다"는 표현을
빠뜨리지 않았을 정도다.
다만 건물에 사용한 페인트가 저급이기 때문인지 손으로 문지르면 칠이
벗겨지거나 묻어나는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구태여 칠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미장작업은 괜찮았다.
김용순 아태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만나기로한 만수대의사당은 평양시내
한복판에 있다.
김 위원장은 무척이나 반갑게 우리 일행을 맞아주었다.
김 위원장은 우선 외모부터가 훤칠하다.
외모만큼이나 성격도 시원시원해 회의중간에도 바로바로 결론을 내리곤
했다.
그만큼 막강한 권한의 소유자라는걸 쉽게 알 수 있었다.
회의는 김 위원장이 의장석에 앉고 우리가 한쪽 편에, 북측의 장관급과
당 고위간부들이 마주 앉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 접견에서는 주로 일상적인 담화와 함께 금강산 관광과 개발 문제가
거론됐다.
나머지 실무 회의는 몽헌이가 아태평화위의 일꾼들과 별도로 가졌다.
이번 방북길에 우리는 북한측과 두가지 경로로 대화를 했다.
하나가 앞서 말한 아태평화위원회고 다른 하나는 민족경제협력연합이다.
자동차 고선박해체 철근공장 등의 사업을 민경련과 합의했다.
지붕재(슬레이트) 공장 등 다른 사업제의도 받았지만 나중에 논의키로 했다.
저녁에는 아태평화위원회가 우리 일행을 환영하는 연회를 열어주었다.
연회에는 주최측인 아태평화위원회에서 김용순 위원장과 송호경 부위원장
등이 나왔고 대외경제위원회 이성대 위원장과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정운업
회장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송 부위원장은 "정주영 선생의 이번 방문이 조국통일을 위한 연대연합의
한길에서 민간급 교류의 모범이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내용의
환영 인사를 했다.
형님도 "판문점이 언젠가 본래의 평화로운 장소로 돌아가 남북이 자유로이
왕래하며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라 믿는다"면서 이제는 남북
대립의 시대는 끝내고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상호간의 화해와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내용의 답사를 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김용순 위원장은 "잘 키워 튼튼하기 이를 데 없는 소를
건네 줘 감사하다"며 "통일의 길을 열어젖힐 수 있는 힘을 모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자주 만날 수 있는 길을 열고 남북경협의 물꼬를 이 자리에서부터
제대로 터보자"고 답했다.
이날 환영 연회에는 평양시내 예술인들의 공연이 진행됐다.
우리 일행은 이 공연외에도 평양에 머물면서 2차례 걸쳐 극장에서 정식
공연을 보게 되는데 그야말로 감탄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 정리=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