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것만 키우고, 나머지는 모두 줄여라"

요즘 미국 기업들이 "메가 머저"의 이면에서 새기고 있는 화두다.

자칫 덩치가 커진 회사 조직의 "공룡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핵심 부문
외의 사업은 외주로 넘긴다는게 미국 기업들의 공통 전략이다.

대표적인 회사가 컴팩이다.

이 회사는 90년대초까지만 해도 컴퓨터에 들어가는 대부분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 생산했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으로는 얻는 것보다 낭비와 비효율이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시행착오를 통해 절감했다.

결국 소프트웨어 개발은 마이크로 소프트, 마이크로 칩 생산은 인텔에
넘겨 주는 등 아웃 소싱을 단행한 뒤 수익력을 비약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었다.

IBM은 아웃 소싱을 통해 더욱 극적인 "재기 드라마"를 연출했다.

90년대 들어 부품 등 공장 부문은 물론 상당수 사무직까지도 외주로 돌리는
"다이어트 경영"에 회사의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비서 전화교환원 등을 외부 용역업체 파견직원으로 갈아 치웠다.

덕분에 1인당 평균 연 5만6천달러에 달했던 비서직 인건비를 연간
1만2천5백달러씩 절감하는 등 적지 않은 절약 효과를 이끌어 냈다.

전체적으론 86년 40여만명에 달했던 직원을 20만명 수준으로 절반가량
감축했다.

자동차 업체들도 아웃 소싱으로 경영상의 군살을 성공적으로 뺀 경우다.

80년대 후반만 해도 부품 조달 아웃 소싱 비율이 30 -40%에 지나지 않았던
GM 등 "빅 3"은 요즘에는 엔진 등 핵심 부품을 제외한 대부분 품목을 외주로
돌렸다.

90년대 들어 생산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아웃 소싱에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아웃소싱 붐의 이론적 배경은 "기업판 비교우위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어떤 업무, 어떤 사업이든간에 "회사 스스로 운영하기보다 밖에서
조달하는 쪽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외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한편 대부분 미국 기업들이 "다이어트"에 눈을 돌리면서 아웃소싱이 하나의
유망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초창기 전산 처리나 비서 사환 등과 같은 단순 노동, OEM(주문자상표 부착
생산) 등에 국한됐던 것이 지금은 디자인 연구개발 인사 판매 자재관리 등
거의 모든 기업 부문으로까지 확대됐다.

지난 96년 기준으로 미국의 아웃 소싱 시장 규모는 1천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기업들의 아웃 소싱이 성공적으로 확대되면서 각급 정부 등 공공
부문도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미국의 대부분 주정부는 운전면허시험소를 민간업체들에 위탁 관리시키고
있다.

심지어 교도소 운영까지 민간 기업으로부터 아웃 소싱하는 사례도 있다.

콜로라도주의 스프링시는 최근 "공공 서비스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소방서 등 핵심 분야를 포함한 15개 사업을 민간업체에 이양하기도 했다.

이에 따른 예산 절감 효과만도 7천8백만달러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경쟁력 극대화"를 염두에 둔 구조 조정을 위해서라면 기존의 "상식"까지도
뛰어 넘는 미국 기업과 공공 기관.

이처럼 유연한 발상의 전환 자체가 최대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