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벤처촌을 만들자"

대학에 벤처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가 벤처산업 육성에 힘을 쏟아 붓고 있는데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은 여건 때문이다.

정부는 특히 대학생이 일반인과는 별도로 창업자금을 지원받는 제도를 올해
처음 신설했다.

대학을 벤처산업의 요람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이같은 정책에 부응이라도 하듯 대학생 창업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정부의 벤처자금을 신청한 대학생 창업기업만도 지난 18일 현재 33개에
이른다.

한양대 창업보육센터에 오는 7월 입주하는 10개 기업중 2개사는 대학생과
교수가 함께 세운 벤처기업.

상경대학의 이상빈교수와 김명직교수가 박사과정 학생들과 함께 설립한
IIT는 금융산업 위험관리 전용 소프트웨어를 아이템으로 잡았다.

공과대학의 박정기 교수팀은 인터넷에서 상대방과 바둑을 둘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사업화할 기업으로 I3를 세웠다.

양사는 그러나 대표가 모두 박사과정 학생들이다.

교수가 휴직하지 않고 기업대표를 맡기란 쉽지 않아서다.

전남대에서도 벤처창업연구회인 "장인정신" 회원 5명이 공동으로 가상현실
개념의 3차원 DB 구축사업을 벌일 벤처기업 설립을 준비중이다.

경희대에서는 인터넷 통합호출서비스를 위한 파워페이저로 창업을 준비중인
Jcamp(대표 김형일)를 비롯 자동차 관련부품및 측정기기 개발에 나서는
KHARS(대표 박기현), 게임소프트웨어를 개발중인 캡티마(대표 이상철) 등이
주목받는 대학생 벤처기업으로 꼽힌다.

KAIST 대학원생이면서 한국대학생벤처창업연구회(KVC) 회장이기도 한
서윤득씨는 지난 4월 정보통신기업인 하빈을 창업했다.

서울산업대 창업동아리 마이다스도 올해초 반도체 검사장비업체 모주를
설립했다.

숭실대 숭실벤처창업연구회도 음성통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이프콤텍을
세운데 이어 9월까지 10여개 벤처기업을 창업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서강대 학생들이 설립한 코디넷(대표 홍성민)은 10여명의 인력이 작년에
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인터넷 머드게임 업체다.

부산대에서는 3차원 스캐너를 개발한 이너텍, 노래방 기계칩을 만든
보이소반도체, 기존 폐쇄회로TV(CCTV)의 아날로그 녹화방식을 디지털화한
MI 등이 설립돼 지역 벤처산업의 발전에 일조하고 있다.

광주대 학생들도 게임개발업체인 웁스소프트를, 동신대에서도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개발하는 사이버토피아를 세우는 등 대학마다 1~2개씩의 벤처기업
창업이 줄을 잇고 있다.

주점과 고시촌으로 둘러싸인 대학가에서 벤처기업 간판이 흔해질 날도
멀지 않았다.

대학내에는 벤처기업 연구소가 자리잡고 대학주변은 영업 관리를 책임질
사무소가 위치한 벤처촌이 형성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봄직하다는
얘기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