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영화들이 파격적인 개봉방식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극장에서 일반 영화의 상영이 끝나는 밤 12시 이후나 중간 휴식시간에
"끼어들기"로 잠깐씩 얼굴을 내비치는 것.

이는 상업성이 떨어져 정식개봉되기 힘든 아트영화를 상영하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자투리시간을 이용한 새로운 상영방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주)서강기획과 보은영상은 다음달 11일 명보프라자와 씨네플러스극장에서
아벨 페라라 감독의 "어딕션"을 매일 밤 12시부터 1회만 상영하는 방식으로
개봉키로 했다.

영화사가 이같은 상영방식을 택한 것은 아트영화의 경우 관객이 2만명을
넘지 못해 광고비 극장선수금 등으로 최소한 1억원 이상을 들여야 하는
정상 개봉방식은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화홍보사인 이손기획의 손주연실장은 "작품의 규모나 특성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광고비를 쏟아붓는 개봉방식을 피하기로 했다"며 "대신 신문이나
PC통신에의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기형 감독의 단편영화 "과대망상"은 씨네플러스극장에서 매일 8시50분
영화 "여고괴담"의 최종회 직전 1회씩만 상영되고 있다.

"여고괴담"의 연출자인 박 감독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는게 극장측의 설명이다.

유럽 등에서는 일반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하는 단편영화를 극영화와 묶어
상영하는게 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같은 시도가 처음이다.

다만 단편영화를 무료상영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는 일반영화요금보다
1천원이 더 비싼 7천원을 관람료로 내야 한다.

동국대 유지나 교수는 "새로운 상영방식이 실험성 높은 아트영화를
진흥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극장직원의 야근수당을 영화사가
지급하는 등 문제도 있다"며 "외국처럼 아트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는
정부가 세금감면이나 문예진흥기금 반환 등의 지원책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