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대통령의 중국방문은 양국이 정치.외교적관계를 한단계 끌어
올리는 것 못지 않게 경제적으로 서로의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클린턴대통령이 중국의 내륙지역인 시안을 첫 기착지로 삼은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시안은 중국 내륙중의 내륙이다.

1인당소득으로 치면 해안지역의 3분의 1밖에 안되는 낙후된 지역이다.

클린턴이 문화유적지방문을 통해 미.중 양국국민의 이해를 높이는 것외에
낙후지역에 대한 서방국가의 시선을 모으자는 중국의 계산이 깔려 있다.

중국이 그토록 외국기업에 투자를 호소해도 오지 않던 지역이기에 다분히
의도적 선정이라 할 수 있다.

클린턴대통령의 방문에 공식 비공식으로 대동한 미국기업인의 숫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중국당국이 공식 파악한 방중 미국기업인의 숫자는 자그만치 1천2백명이나
된다.

이들을 지원하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2천명을 상회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미국이 이렇게 많은 기업인을 중국에 파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클린턴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12억인구의 중국시장에서 우월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이나 독일 프랑스등과 벌여온 경쟁에서 한발짝 앞서 나가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벌써 미국기업인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중투자의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시한다고 해야 할 정도이다.

클린턴이 중국에 도착한 25일 GE를 중심으로 한 미국기업 컨소시엄은 중국
정부와 19억달러규모의 발전소건설 계약을 맺었다.

모토로라와 루슨트테크놀러지사는 클린턴의 방중을 이틀 앞두고 중국통신
과 4억8천만달러의 통신장비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양국 경제인들은 또 중국에 대한 미국의 핵기술이전이 가능해짐에따라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미국기업들이 참여하고 이들 발전소 건설에 들어가는
설계와 부품을 미국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원자력분야에 대한 협력이 구체화될 경우 미국은 연간 5억-10억달러의
원전설비를 판매할수 있고 중국은 미국의 첨단기술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턴 방중 기간중에도 대형프로젝트들이 성사될 가능성이 많다.

이와함께 정부차원의 흥정도 볼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 지원과 최혜국대우 지속을
제시하면서 시장개방과 관세인하를 끌어내려 할 것이다.

아시아경제위기 확산을 박기위해 위안화의 환율을 계속 유지해 달라는
미국측의 요구가 있을 것이고 중국은 상응한 댓가를 주문한다는 계산도
나와있다.

이번 양국정상회담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과 아시아의 맹주인
중국이 명실상부한 경제협력 파트너로 맺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ked@mx.cei.gov.c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