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미묘한 게임이다.

걱정거리가 있거나 전날밤 술이라도 마셔 컨디션이 안 좋으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왜 그렇게 되는가"는 골퍼자신도 설명하지 못한다.

스윙도 같고 플레이하는 태도도 같은 것 같지만 샷은 이상스레 휘거나
탄도가 달라진다.

어느날 L의 샷이 그랬다.

언제나 쭉쭉 뻗던 L의 드라이버샷이 첫홀부터 왼쪽으로 붕 뜨며 페어웨이를
벗어났다.

그같은 샷은 너댓홀이나 계속됐다.

해외출장후 2주만에 필드에 나선 L은 오랜만에 치기때문에 스윙리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더 천천히 스윙하기도 하고 볼을 내친다는 기분으로
밀어보기도 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던중 그늘집에서 친구가 한마디했다.

"스윙 바로잡기가 힘들지?자넨 나름대로 점검을 해가며 골프를 쳤을테지만
본인이 원인을 알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지.

내가 보니까 원인은 오른손에 있어.

오른손에 힘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들어가는 것뿐이야"

사실 플레이하면서 오른손 그립의 강도가 세졌다는 것을 본인이 느끼기는
아주 힘들다.

샷이 잘못되면 모두가 스윙궤도에만 신경쓰게 마련.

"오른손 위주로 때린다"는 스윙 잘못을 찾아내 고치는 골퍼가 어디
있겠는가.

오른손을 너무 쓰니까 헤드를 잡아 당기며 볼 밑부분을 가격, 왼쪽으로
높이 뜨는 볼이 나온 것이다.

L이 그날 받은 어드바이스는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지적받기 어려운
내용"임이 분명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