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미 대통령의 8박9일간의 중국방문 첫 기착지인 시안은 당의
도읍지인 장안이다.

이 고도는 여인들과의 사연이 많아 "여인의 도성"으로 유명하다.

수에 대항해 병사를 일으킨 당의 고조 이연은 성품이 우유부단했다.

아들 이세민(후에 당태종)이 하루는 부친이 여는 연회에 궁녀를 몰래
데려다 시중을 들게 한다.

술이 거나해진 뒤 부친께 이 사실을 알렸다.

황제가 알게 되면 목숨을 잃게 될 이연은 병사를 일으켜 당나라를 세웠다.

당은 3대황제 고종때 태종의 후궁이었던 무측천에 의해 화를 입는다.

무측천은 고종이 죽자 건국공신들을 살해하고 성신황제로 즉위한다.

서기 690년의 일로서 그녀는 중국역사상 전무후무한 여성황제였다.

여황제 이후에 들어선 현종은 양옥환이라는 미색을 만나 국정을 소홀히
한다.

양옥환은 후에 귀빈이 된 양귀비로서 이 여인의 등장이후 당은 국운이
쇠하기 시작했다.

역사에 묻혀있다가 1936년 12월 시안은 다시 유명해진다.

이곳에 주둔해 있던 장쉐량휘하의 만주군이 전쟁독려차 온 장제스를
감금했다.

장제스는 나중에 석방되고 이 사건은 항일민족통일전선을 결성하는 계기가
되는데 장제스 뒤에는 쑹메이링이란 여인이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9일간의 중국방문을 위해 어제 시안에 첫 여장을 풀었다.

8백여명의 여성연예인들이 당나라 군사와 궁녀의 모습을 하고 고대 황제의
입성식을 재현했다.

3천년이 넘는 고도에 성스캔들에 시달리는 클린턴의 중국 첫밤이 궁금하다.

미 대통령의 이번 중국방문에는 여객기 4대에 1천2백여명의 수행원이 함께
하고 있다.

C1141수송기 7대가 방탄리무진, 통신장비, 마실 물 등을 싣고 갔다.

대규모이다.

독일의 지리학자 리히트 호펜은 장안에서 로마에 이르는 고대 대상로를
"실크로드"라 이름 붙였다.

뉴욕 타임스는 클린턴 방중과 관련, "아시아의 중심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의 방문이 새로운 동서교류의 출발이 될지 주목해볼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