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신용경색이 더 큰 문제다..이준구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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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 서울대 교수. 경제학 joonklee@plaza.snu.ac.kr >
높은 금리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우리 기업들에 견디기
힘든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기업들이 모두 빈사상태에 빠져 버릴지 모른다는 걱정이
그저 엄살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기업에 높은 금리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은 대출 그
자체를 받기 힘든 현실이다.
지금 상황에서 높은 금리를 주고서라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라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편에 속할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금리인하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지만, 실은 신용경색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한층 더 시급하다.
기업들이 금리부담으로 인해 극도의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때문에 단기간내에 줄줄이 문을 닫는 결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잘 알다시피 급한 곳에 쓸 돈을 마련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결국 부도를
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볼때 발등에 떨어진
불은 고금리가 아니라 신용경색의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용경색과 고금리는 전혀 다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금리가 엄청나게 높다는 점을 들어 금리인하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 좋은 예다.
체감금리가 실세금리보다 더 높은 상황은 실세금리로 돈을 빌리기 힘든
상황, 즉 신용이 경색된 상황을 반영한다.
따라서 체감금리를 바람직한 수준으로 떨어뜨리려면 무엇보다도 우선
신용경색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금리하락을 반기지 않을 기업이 없겠지만, 모든 기업이 이로부터 똑같은
정도의 도움을 받는 것은 아니다.
금리가 떨어지면 이미 많은 대출을 받아 쓴 기업들이나 언제나 마음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업들이 특히 큰 이득을 얻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확하게 들어맞는 말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자금사정이 좋은 대기업들이
주로 이 범주에 속할 것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반면에 대출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금리
하락은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대출을 받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해도 받을 수 없는 기업에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것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들의 관점에서 볼 때 금리하락보다는 신용경색의 해소여부가 더욱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바로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여기에서 신용경색의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또하나의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신용경색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돈을 더 찍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나,
실현이 어려울 뿐 아니라 설사 그렇게 한다해도 사정이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어찌보면 이 상황은 개혁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의 성격을 갖고 있다.
엄청난 부실채권을 안은채 금융개혁의 세찬바람 앞에 서있는 금융기관들은
극도로 위축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연히 있는 돈을 모두 틀어쥐고 좀처럼 풀어놓지 않으려 하는
태도가 나오는 것이다.
무리를 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가지 방법은 금융기관의 팔을 비틀어 돈을 풀도록 강요하는 것이고,
또다른 방법은 BIS기준이고 뭐고 상관하지 않을테니 마음놓고 돈을 풀라고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둘중 그 어느것도 건전한 문제해결의 방식이 될 수 없다.
사정이 급하다해서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들면 금융개혁은 또다시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시간이 걸리더라도 순리에 맞는 해법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거래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 한 금융기관은 돈을
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사실을 감안해 금융기관이 안심하고 돈을 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최선의 대응책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부실한 기업과 금융기관을 빨리 가려내 정리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이 문제해결의 좋은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금융기관의 책임 혹은 도덕성을 말하기 전에 이들이 자발적으로 협조하도록
만드는 여건을 조성해 놓아야 한다.
좋든 싫든간에 정부가 금융기관을 마음대로 좌우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말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6일자 ).
높은 금리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우리 기업들에 견디기
힘든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기업들이 모두 빈사상태에 빠져 버릴지 모른다는 걱정이
그저 엄살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기업에 높은 금리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은 대출 그
자체를 받기 힘든 현실이다.
지금 상황에서 높은 금리를 주고서라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라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편에 속할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금리인하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지만, 실은 신용경색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한층 더 시급하다.
기업들이 금리부담으로 인해 극도의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때문에 단기간내에 줄줄이 문을 닫는 결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잘 알다시피 급한 곳에 쓸 돈을 마련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결국 부도를
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볼때 발등에 떨어진
불은 고금리가 아니라 신용경색의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용경색과 고금리는 전혀 다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금리가 엄청나게 높다는 점을 들어 금리인하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 좋은 예다.
체감금리가 실세금리보다 더 높은 상황은 실세금리로 돈을 빌리기 힘든
상황, 즉 신용이 경색된 상황을 반영한다.
따라서 체감금리를 바람직한 수준으로 떨어뜨리려면 무엇보다도 우선
신용경색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금리하락을 반기지 않을 기업이 없겠지만, 모든 기업이 이로부터 똑같은
정도의 도움을 받는 것은 아니다.
금리가 떨어지면 이미 많은 대출을 받아 쓴 기업들이나 언제나 마음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업들이 특히 큰 이득을 얻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확하게 들어맞는 말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자금사정이 좋은 대기업들이
주로 이 범주에 속할 것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반면에 대출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금리
하락은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대출을 받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해도 받을 수 없는 기업에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것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들의 관점에서 볼 때 금리하락보다는 신용경색의 해소여부가 더욱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바로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여기에서 신용경색의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또하나의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신용경색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돈을 더 찍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나,
실현이 어려울 뿐 아니라 설사 그렇게 한다해도 사정이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어찌보면 이 상황은 개혁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의 성격을 갖고 있다.
엄청난 부실채권을 안은채 금융개혁의 세찬바람 앞에 서있는 금융기관들은
극도로 위축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연히 있는 돈을 모두 틀어쥐고 좀처럼 풀어놓지 않으려 하는
태도가 나오는 것이다.
무리를 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가지 방법은 금융기관의 팔을 비틀어 돈을 풀도록 강요하는 것이고,
또다른 방법은 BIS기준이고 뭐고 상관하지 않을테니 마음놓고 돈을 풀라고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둘중 그 어느것도 건전한 문제해결의 방식이 될 수 없다.
사정이 급하다해서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들면 금융개혁은 또다시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시간이 걸리더라도 순리에 맞는 해법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거래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 한 금융기관은 돈을
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사실을 감안해 금융기관이 안심하고 돈을 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최선의 대응책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부실한 기업과 금융기관을 빨리 가려내 정리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이 문제해결의 좋은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금융기관의 책임 혹은 도덕성을 말하기 전에 이들이 자발적으로 협조하도록
만드는 여건을 조성해 놓아야 한다.
좋든 싫든간에 정부가 금융기관을 마음대로 좌우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말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