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와 한보철강을 오는 8월과 9월에 잇달아 국제입찰에 부치겠다는
정부결정은 부실기업을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법으로 정리하려는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수자 결정과정은 물론 인수가격 조차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않았던
종전의 부실기업정리방식이 특혜시비를 낳는등 문제가 적지않았다는 점에서
공개입찰방식의 정리를 선택한 것은 일단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우리는 기아자동차를 입찰에 부치기로 한 결정이 과연 국가경제
전체를 위해 잘된 것인지 의구심 또한 떨쳐버리기 어렵다.

홀로서기를 주장해온 기아노조의 주장에 공감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니다.

기아자동차 정상화는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기아의 새 주인을 찾아주는 일은 이제 더이상 미룰 일도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경제 전체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주인을
찾는 방법이냐다.

공개경쟁입찰에 부쳐 한푼이라도 더 받아야 은행손실이 줄어든다는 것도
물론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그러나 그것이 필요하고도 충분한 요건은 아니다.

기아자동차처리는 다른 무엇보다도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야한다는게 우리생각이다.

기아자동차의 좌초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불행한 일이지만 그것이 폭넓은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의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가장 중요한 산업의 하나인 자동차업종의 미래구도는 기아자동차의 향배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면서 기아정리방법을 결정해야한다

다른 나라 자동차산업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국내 완성차업체를 몇개
정도로 할 것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정부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이른바 빅딜(사업교환)과도 연계해서 생각해야할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삼성자동차를 현대로 넘기도록하려는 빅딜의 산업구조조정 효과를 살리려면
기아차는 당연히 현대.대우자동차가 공동 또는 둘중 하나가 인수해야할
것이다.

만약 빅딜을 백지화할 구상이라면 얘기는 물론 달라진다.

어쨌든 기아처리는 자동차산업개편에 대한 청사진을 확정하고 여기에
맞춰야한다.

기아문제를 특정기업문제로 봐서는 옳은 해법이 나올 수 없다.

인수.합병 등으로 자동차메이커가 대형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크라이슬러와 벤츠간 합병, 폴크스바겐의 롤스로이스 인수, 포드와
마쓰다의 자본제휴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연간 2백50만대정도의 생산능력을 가져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게
업계의 보편화된 인식이다.

국내최대인 현대자동차가 1백65만대 규모인 만큼 국내 메이커들도
대형화는 긴요한 과제다.

정부는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곧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갖고 있고 여기에
맞춰 기아차 정리방법을 찾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