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잠수정 침투사건은 군 당국이 잠수정에서 시신 9구를 찾아냄으로써
겉으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들이 남아 있다.

<> 탈출자는 있는가

승선 정원이 10~11명인데 반해 잠수정에는 이보다 적은 9명이 타고 있었다.

잠수정 출입구로 사용되는 해치사이에서 잠수기와 오리발 등이 발견된 것도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군 당국은 잠수정 주변에 대한 경계가 삼엄하게 펼쳐진 점을 들어 탈출자가
있을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오리발의 용도로는 잠수정에 걸린 그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사용하기 위해
꺼내 놓았다가 출입구쪽에 그대로 유기했을 가능성도 있다.

<> 공작조는 침투했을까

군 당국은 일단 침투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침투를 위해 우리 영해로
들어가던중 발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변해안 수색에서 침투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잠수정이 발각된 때가
침투하기에 적합한 시간대가 아니라는 점이 근거다.

또 국내정보를 담은 증거물이 잠수정안에서 발견되지도 않았다.

통상 남파 임무를 띤 잠수정은 달이 뜨지 않는 시기에 공해상에 대기하다
오후 4시를 전후해 해안에 접근한다는 점도 침투가능성을 낮게 보는 근거다.

<> 군 당국은 총성을 듣지 못했나

5명은 온몸을 난사당하고 4명은 머리에 총상을 입었다.

군 당국은 그러나 잠수정의 경우 이중선체 구조로 돼 있어 선실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밖에서 감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총성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음향탐지기가 탑재된 링스 대잠헬기와 대잠초계기 등을 동원한
작전이 펼쳐진 점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 국산음료 페트병의 의미는

군 당국은 잠수정 바깥과 안쪽 해치 사이에서 롯데칠성음료 페트병 1개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잠수정이 육상침투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고 있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군 당국은 국산 음료가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반출될 수 있는 만큼 침투에
성공했는지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작원들이 한국산 음료수를 마셔가며 특수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보기도 힘들어 페트병의 출처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 장유택 기자 chang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