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석학 기 소르망 교수 강연] '한국 문화정체성/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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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교수가 26일 주한 프랑스문화원에서 "한국의
문화정체성과 경제위기"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이날 강연회에서 "한국은 과거의 집단주의에서 개인화 다원화하는
변화과정에 서 있다"며 "미래의 시장경쟁에 대비하려면 상품에 문화의
이미지를 담아서 판매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가 경제학자 저널리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기 소르망은 현재
파리 정치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주요저서로는 "자본주의의 종말"(95년), "프랑스식 행복"(96년), 남.북
관계에 대해 언급한 "세계는 나의 민족"(97년) 등이 있다.
강연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
한국인들은 최근 "경제위기"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말은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벗어나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데는
적합하지 않은 용어이다.
위기라는 말은 현재 상황이 끝나면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자동차가 사고로 전복되더라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상황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게 아니다.
경제학자들은 현상황의 해결책을 흔히 경제에서만 찾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경제라는 것은 독자적으로 돌아가는게 아니다.
나는 해결책을 문화적인 것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란 문화적 바탕위에서 기능하는 한 양식이다.
우선 한국에서 위기 이전의 시기 다시 말해 전후 40여년간을 특징짓는
것은 성리학이나 신유교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정치 경제 등 사회의 모든 면에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
정치적인 면에서는 정치권력이 유교적인 질서를 강요함으로써 한국에도
존재하고 있었던 개인주의나 다원주의를 억눌렀다.
사회 구성원들이 다른 종교적 사회적 집단적인 형태를 찾을 때는 강력한
제제를 가했다.
유교주의를 강요한 것이 전제적 중앙집권적인 억압체제를 만든 것이다.
권력이 어떤 종류의 반대도 참아내지 못한 것이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재벌이란 형태로 나타났다.
재벌은 정치체제와 마찬가지로 체계적이고 질서를 추구하는 형태로
억압체제를 만들었다.
이에 대한 반대의견으로 대항해서 나타난 것이 학생이나 노조집단의
폭력시위였다.
한국사회에 잠재해 있던 개인주의가 겉으로 표현된 것이다.
한국에서 경제발전이 이뤄진 것은 이러한 이데올로기적인 측면과 논리적인
궤를 같이 합니다.
한국경제는 대량생산방식으로 발전했다.
이는 저마다의 특성과 차별성이 없는 평범한 유사상품을 만들어내는데
강했다는 뜻이다.
어찌보면 군대식 생산방식이다.
서비스상품도 마찬가지 경향을 보인다.
한국은 자동차 전자 등 부품을 조립하는 산업에 강한데 이는 생산에
있어서도 전체주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제 끝났다고 본다.
한국은 정치적 민주화를 이룸으로써 그동안 지녀온 개인주의 다원주의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다른 아시아국가에선 찾아보기 힘든 "관용"의 전통으로
민주화를 이뤘다.
경제체제에 있어서도 구체제는 종말을 고했다.
한국이 강점을 지닌 자동차 컴퓨터 등은 이제 세계 각국이 대부분
생산하고 있다.
한때 한국에 부를 가져오던 산업이 임금이 오른 지금은 약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현재 구체제에서 새로운 체제로 옮겨가는 과정에 있다.
이러한 정치적 경제적 변형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래서 한국이 구체제를 벗어나면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잘 살펴야한다.
우선 세계시장에서 무엇이 교환되고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상품 서비스 등이 교환되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이미지도 판매되고 있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에 갈 때는 그 고기가 좋아서만은 아니다.
맥도날드햄버거에 들어있는 미국의 이미지나 느낌을 소비하는 것이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은 이미 이러한 이미지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창조하고 있다.
요즘 상품을 판다는 것은 상품만이 아니라 그나라 문화의 이미지도
함께 파는 것이다.
한국이 겪는 어려움은 한국이 세계시장에 물건을 팔면서 이미지는 만들어
팔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격경쟁력을 가졌을 때는 물건이 잘 팔렸지만 지금은 외면받고 있다.
문화적으로 부가된 이미지가 없기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자마자 즉각
따돌림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 대해서 두가지 제안을 하려고 한다.
첫째는 한국의 재벌의 내부개혁에 대한 것이다.
내부체계라는 것이 위계질서가 강건하게 갖춰진 것이기에 개혁은 무척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명심할 것은 세계경제의 미래는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시대라는 것이다.
다음 문명을 위해선 지금까지의 전체주의적 전통에 의지할게 아니라
개인주의 다원주의에 기초한 새로운 전통을 세워야 한다.
두번째는 문화인 특히 예술인들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는 예술인들이 사회변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 한국인은 운이 좋다.
좋은 문화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미술 문학 등 현대예술의 창조도 뛰어나다.
다른 아시아국가에선 보기 힘든 놀라운 창조력과 생동감이 있다.
문제는 한국의 예술작품들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데 있다.
조금 알려졌더라도 이것이 한국작품인지 아닌지 느낌이 오지 않는다.
영화를 예로 들어보면 외국에서 한국영화를 찾아보기란 참 힘들다.
그래서 문화활동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
문화활동을 지원한다는 것은 곧 창조활동에 대한 지원이자 예술가에
대한 지원이다.
경제가 어려우면 흔히 예술은 필요없고 부질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럴 때일수록 예술을 지원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문화라는 것을 민속과 혼동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문화를 알린다는 것은 한나라의 민속을 외부로 수출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살아니는 예술과 예술가를 밖으로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화에 있어 국가적 주체성과 세계화의 관계에 대해서 말해
보겠다.
문화의 국가적 주체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세계화는 미국과의 동질화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주체성이란 말은 더이상 예술적인 창조가 이뤄지지 않는 메마른
시대에나 쓰여질 단어이다.
창조란 것은 지금까지의 전통에다 새로운 것을 계속 첨가해 나가는 것이다.
저는 남한과 북한을 모두 가보았다.
개인적으론 국가적 주체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는 북한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개방이 된 이후에 미국화가 더 급격히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나라도 북한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의 주체성이란 옛것들을 보유한 민속적인
것이다.
한국은 이미 전통과 현대를 접목하는 다양한 창조를 진행중이서 오히려
주체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정주영 회장의 방북이야기를 들었는데 정치적인 의미를 떠나 하나의
예술적인 이벤트로 느꼈다.
그러나 한국이 북한의 지도자들을 손쉽게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그들은 남한과 서구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정권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관심이 많다.
지금 한국은 IMF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IMF는 긴급처방약이지 알아서 환자를 낳게 해주는 의사가 아니다.
근본적인 처방책은 한국이 스스로 찾아야 한다.
몇몇 이코노미스트들은 한국이 12-18개월내에 IMF를 벗어난다고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제만 생각하면은 안된다는 것입니다.
보다 신중히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깊은 생각을 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 정리 = 이영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7일자 ).
문화정체성과 경제위기"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이날 강연회에서 "한국은 과거의 집단주의에서 개인화 다원화하는
변화과정에 서 있다"며 "미래의 시장경쟁에 대비하려면 상품에 문화의
이미지를 담아서 판매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가 경제학자 저널리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기 소르망은 현재
파리 정치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주요저서로는 "자본주의의 종말"(95년), "프랑스식 행복"(96년), 남.북
관계에 대해 언급한 "세계는 나의 민족"(97년) 등이 있다.
강연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
한국인들은 최근 "경제위기"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말은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벗어나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데는
적합하지 않은 용어이다.
위기라는 말은 현재 상황이 끝나면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자동차가 사고로 전복되더라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상황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게 아니다.
경제학자들은 현상황의 해결책을 흔히 경제에서만 찾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경제라는 것은 독자적으로 돌아가는게 아니다.
나는 해결책을 문화적인 것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란 문화적 바탕위에서 기능하는 한 양식이다.
우선 한국에서 위기 이전의 시기 다시 말해 전후 40여년간을 특징짓는
것은 성리학이나 신유교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정치 경제 등 사회의 모든 면에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
정치적인 면에서는 정치권력이 유교적인 질서를 강요함으로써 한국에도
존재하고 있었던 개인주의나 다원주의를 억눌렀다.
사회 구성원들이 다른 종교적 사회적 집단적인 형태를 찾을 때는 강력한
제제를 가했다.
유교주의를 강요한 것이 전제적 중앙집권적인 억압체제를 만든 것이다.
권력이 어떤 종류의 반대도 참아내지 못한 것이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재벌이란 형태로 나타났다.
재벌은 정치체제와 마찬가지로 체계적이고 질서를 추구하는 형태로
억압체제를 만들었다.
이에 대한 반대의견으로 대항해서 나타난 것이 학생이나 노조집단의
폭력시위였다.
한국사회에 잠재해 있던 개인주의가 겉으로 표현된 것이다.
한국에서 경제발전이 이뤄진 것은 이러한 이데올로기적인 측면과 논리적인
궤를 같이 합니다.
한국경제는 대량생산방식으로 발전했다.
이는 저마다의 특성과 차별성이 없는 평범한 유사상품을 만들어내는데
강했다는 뜻이다.
어찌보면 군대식 생산방식이다.
서비스상품도 마찬가지 경향을 보인다.
한국은 자동차 전자 등 부품을 조립하는 산업에 강한데 이는 생산에
있어서도 전체주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제 끝났다고 본다.
한국은 정치적 민주화를 이룸으로써 그동안 지녀온 개인주의 다원주의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다른 아시아국가에선 찾아보기 힘든 "관용"의 전통으로
민주화를 이뤘다.
경제체제에 있어서도 구체제는 종말을 고했다.
한국이 강점을 지닌 자동차 컴퓨터 등은 이제 세계 각국이 대부분
생산하고 있다.
한때 한국에 부를 가져오던 산업이 임금이 오른 지금은 약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현재 구체제에서 새로운 체제로 옮겨가는 과정에 있다.
이러한 정치적 경제적 변형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래서 한국이 구체제를 벗어나면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잘 살펴야한다.
우선 세계시장에서 무엇이 교환되고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상품 서비스 등이 교환되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이미지도 판매되고 있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에 갈 때는 그 고기가 좋아서만은 아니다.
맥도날드햄버거에 들어있는 미국의 이미지나 느낌을 소비하는 것이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은 이미 이러한 이미지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창조하고 있다.
요즘 상품을 판다는 것은 상품만이 아니라 그나라 문화의 이미지도
함께 파는 것이다.
한국이 겪는 어려움은 한국이 세계시장에 물건을 팔면서 이미지는 만들어
팔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격경쟁력을 가졌을 때는 물건이 잘 팔렸지만 지금은 외면받고 있다.
문화적으로 부가된 이미지가 없기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자마자 즉각
따돌림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 대해서 두가지 제안을 하려고 한다.
첫째는 한국의 재벌의 내부개혁에 대한 것이다.
내부체계라는 것이 위계질서가 강건하게 갖춰진 것이기에 개혁은 무척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명심할 것은 세계경제의 미래는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시대라는 것이다.
다음 문명을 위해선 지금까지의 전체주의적 전통에 의지할게 아니라
개인주의 다원주의에 기초한 새로운 전통을 세워야 한다.
두번째는 문화인 특히 예술인들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는 예술인들이 사회변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 한국인은 운이 좋다.
좋은 문화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미술 문학 등 현대예술의 창조도 뛰어나다.
다른 아시아국가에선 보기 힘든 놀라운 창조력과 생동감이 있다.
문제는 한국의 예술작품들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데 있다.
조금 알려졌더라도 이것이 한국작품인지 아닌지 느낌이 오지 않는다.
영화를 예로 들어보면 외국에서 한국영화를 찾아보기란 참 힘들다.
그래서 문화활동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
문화활동을 지원한다는 것은 곧 창조활동에 대한 지원이자 예술가에
대한 지원이다.
경제가 어려우면 흔히 예술은 필요없고 부질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럴 때일수록 예술을 지원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문화라는 것을 민속과 혼동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문화를 알린다는 것은 한나라의 민속을 외부로 수출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살아니는 예술과 예술가를 밖으로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화에 있어 국가적 주체성과 세계화의 관계에 대해서 말해
보겠다.
문화의 국가적 주체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세계화는 미국과의 동질화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주체성이란 말은 더이상 예술적인 창조가 이뤄지지 않는 메마른
시대에나 쓰여질 단어이다.
창조란 것은 지금까지의 전통에다 새로운 것을 계속 첨가해 나가는 것이다.
저는 남한과 북한을 모두 가보았다.
개인적으론 국가적 주체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는 북한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개방이 된 이후에 미국화가 더 급격히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나라도 북한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의 주체성이란 옛것들을 보유한 민속적인
것이다.
한국은 이미 전통과 현대를 접목하는 다양한 창조를 진행중이서 오히려
주체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정주영 회장의 방북이야기를 들었는데 정치적인 의미를 떠나 하나의
예술적인 이벤트로 느꼈다.
그러나 한국이 북한의 지도자들을 손쉽게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그들은 남한과 서구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정권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관심이 많다.
지금 한국은 IMF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IMF는 긴급처방약이지 알아서 환자를 낳게 해주는 의사가 아니다.
근본적인 처방책은 한국이 스스로 찾아야 한다.
몇몇 이코노미스트들은 한국이 12-18개월내에 IMF를 벗어난다고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제만 생각하면은 안된다는 것입니다.
보다 신중히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깊은 생각을 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 정리 = 이영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