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경기부양책이 먹혀들어갈지도 자신이 없습니다.

구조조정과 금융경색때문에 아무리 셈을 해봐도 경기가 살아날 것 같지
않습니다"

최근 경기부양책을 검토하고있는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의 푸념이다.

통화를 늘려 투자와 소비를 확대하는 수단을 강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게다가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의 평가절하압력도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규성 재경부 장관도 "실직자 구제를 위해 통화공급량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당분간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 상반기중 각종 경제지표는 무수한 기록들을 양산하면서 사상 최악의
상황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산업생산증가율이 마이너스 10%대로 돌아서고 실업률은 7%를 넘어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명목 임금상승률도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나타냈다.

기업 및 금융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7월부터는 더 많은 실업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금융권의 자금은 꽁꽁 묶일 것으로 보인다.

각 경제연구소들의 하반기 경제전망도 비관 일색이다.

우선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은 마이너스 3%이하가 불가피하다는게 대다수의
관측이다.

올들어 일제히 감소세로 돌아선 민간소비 건설투자 설비투자 증가율은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없다.

특히 지난 1.4분기중 무려 40.7%의 감소율(전년동기대비)을 보였던
설비투자는 금융경색으로 인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5월 국제통화기금(IMF)과 "한자릿수"의 증가율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재조정해야할 입장이다.

막대한 구조조정비용을 감당하기위해 각종 국공채를 대량으로 발행하게되면
물가 폭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하반기에는 내수침체와 국제유가하락 등 물가안정요인을 한꺼번에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채권물량이 대기하고 있다.

유일하게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경상수지전망도 하반기에는 불투명하다.

국제가격경쟁력 하락과 동남아일대의 극심한 경기불황이 겹치면서
수출증가율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입은 상반기 재고소진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올해 재정적자도 당초 전망치인 GDP대비 1.7%(7조9천억원)에
서 3%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금부담 증대에 따라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은 더욱 쪼그라들 것이다.

이는 소비위축과 기업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문제는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느냐에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홍순영 수석연구원은 "구조조정의 속도와 폭, 정부의
의지에 경제활력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 조일훈 기자 ji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