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외압이 작용하기도 했고 지역주민과 주주의 집단적 압력도 상당
했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퇴출대상으로 기정사실화됐던 은행이 기사회생하는가 하면
살아날 것으로 자신했던 은행들은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운명에 처하게 됐다.
퇴출대상은행의 윤곽이 처음 드러난건 지난 15일.
금융감독위원회의 은행구조조정팀이 합숙작업을 끝내면서부터다.
지난 5월하순부터 합숙에 돌입했던 구조조정팀은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8%에 미달한 12개은행중 조흥 상업 한일 외환 등 대형
시중은행과 합병을 추진중인 강원은행 등 5개은행을 퇴출대상에서 우선
제외했다.
나머지 7개은행은 대동 동남 경기 충청 동화 충북 평화은행 순으로 퇴출
우선순위를 매겼다.
이중 대동 동남 경기은행과 충청권 1개 등 4개를 "퇴출대상"으로, 나머지
3개를 "퇴출권고대상"으로 분류했다.
충청권은행의 경우 충청은행이 충북은행보다 경영실적이 나쁘지만 공동
여당인 자민련의 연고지라서 구조조정팀이 퇴출을 결정하는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이 안은 상층권과 지난 20일부터 활동을 시작한 경영평가위원회에 전달됐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주주 지역주민을 등에 업은 집단반발과
로비가 시작됐다.
경기은행은 임창열 경기도지사 당선자 등 정치권인사를 발판으로 강하게
반발했다.
충청은행은 자민련의원을 중심으로 충청권 대표은행으로서의 생존을 호소
했다.
이 호소는 먹혀들어 충청은행대신 충북은행이 퇴출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충북은행은 자신들보다 경영실적이 나쁜 충청은행이 살아남고
자신들이 퇴출되는건 "정치적 희생물"이라고 반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청와대는 "원칙에 입각해 퇴출대상을 고르라"고 지시,
충북은행 대신 충청은행이 막판에 퇴출대상에 포함됐다는 후문이다.
이에따라 당초 구조조정팀이 선정했던 동남 대동 경기 충청 동화 등 5개
은행이 순전히 "경제적 논리"로 퇴출대상으로 최종 확정됐다.
충북은행은 기사회생한 반면 충청은행과 동화은행은 마지막 "퇴출열차"를
탄 셈이다.
<>.인수은행 선정과정에서도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있었다.
금감위는 정부가 대주주인 국민 주택은행을 우선 인수은행으로 선정했다.
두 은행도 순순히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주 동남 대동은행이 유동성부족에 직면했을때 동업자예금 형식으로
자금을 지원, 아예 인수를 기정사실화했다.
문제는 신한 한미 등 후발시중은행이었다.
두 은행은 각각 대주주가 재일교포와 뱅크아메리카(BA)라는 점을 들어
부실은행인수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금감위의 설득에 못이겨 두 은행 모두 "경기은행이면 인수할수 있다"
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대주주에게도 양해를 구했다.
경기은행이 수도권을 거점으로 하고 있어 인수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에대한 교통정리는 지난 27일 이뤄졌다.
금감위는 동화은행의 덩치가 커 한미은행이 인수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신한은행이 가져가고 경기은행은 한미은행에 양보하도록 "명령"했다는
후문이다.
마지막까지 문제가 됐던게 충청은행.
후보로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꼽혔지만 두 은행 모두 합작을 이유로
꽁무니를 뺐다.
외환은행은 코메르츠은행의, 하나은행은 국제금융공사(IFC)의 양해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버텼으나 결국 하나은행으로 낙착됐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