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기간 결제기능 마비가 불가피하다. 이에따라 기업연쇄부도가 잇따를
전망이다"

"6.29 은행퇴출"이후 금융시장 기상도다.

이날 은행권의 결제기능은 올스톱됐다.

5개 퇴출은행의 전산망이 가동되지 않음에 따라 다른 은행도 정상업무를
할수 없었으며 어음교환도 중단됐다.

이에따라 상당수 기업들이 결제자금을 찾지 못해 발을 굴렀으며 이는 곧장
하청업체로 파급됐다.

금융계에서는 정부가 이에대한 대책이 없는것 같다며 상당기간 결제기능
마비상태가 지속되고 기업연쇄부도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업연쇄부도가 현실화되면 금융시장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다.

더욱이 5개 퇴출은행이 지급보증을 선 회사채에 대한 중도환매요청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여 정부의 금리인하방침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엔 장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도 퇴출은행과 무관하게 국제외환시장과 맞물려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 결제기능 올스톱 =퇴출은행이 발표된 이날 은행들의 모든 결제기능이
전면 중단됐다.

5개 은행의 전산이 가동되지 않은 탓이다.

이에따라 이들 은행이 지난 27일 취급한 어음및 수표에 대한 정산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 은행과 자금정산을 하지 못한 다른 은행들도 연쇄적으로 결제기능이
마비됐다.

사고수표와 부도어음을 가려낸 뒤 차액을 정산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때문이다.

29일에는 한국은행의 공동전산망은 마비됐다.

또 어음교환소의 업무도 사실상 중단됐다.

은행들로선 사고수표와 부도어음을 가려낼수 없는 상황에선 수표나 어음에
대한 결제를 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날 자정까지 어음수표 교환을 연장했으나 이는 미봉책에
불과한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은행들도 과연 얼마나 자금이 남고 모자라는지를 몰라 콜시장마저 마비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한마디로 금융중개기능이 전면 중단상태에 빠졌으며 이같은 상황은 상당
기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기업연쇄부도 우려 =금융중개기능 마비는 곧 돈이 돌지 않는다는걸
의미한다.

돈이 돌아야 실물 부분이 생기를 얻는다는건 주지의 사실.

그러나 돈흐름이 막혀버림으로써 기업들은 연쇄부도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우선 5개 은행과 거래하던 기업들이 문제다.

정부는 퇴출대상은행의 입.출금을 할수 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들 은행이 올스톱상태에 빠짐에 따라 이들 은행과 거래하는
기업들은 긴급자금도 찾을수 없는 상태다.

이들 은행이 발행한 수표도 현금화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퇴출은행과 거래하지 않는 기업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어음교환이 중단됨에 따라 기업들은 만기가 된 어음이나 수표를 갖고
있어도 현금화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세금을 내야할 돈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이렇게되면 당장 필요한 원자재를 구하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난다.

거래기업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건 물론이다.

비록 부도를 유예해 준다고 하지만 하청 중소기업들은 연쇄부도위기에
빠질수 밖에 없다.

더욱 힘든게 지금이 월말이자 상반기 결산 시점이라는 점.

모든 기업들이 자금을 많이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급결제기능이 중단된 상태라 돈은 돌 수가 없는 실정이다.

<> 금융시장 영향 =당장 영향권안에 들어선게 은행간 콜시장이다.

은행들은 자금정산을 못하다보니 자금 과부족을 판단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무작정 돈을 갖고 있으려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돈이 남아도 콜시장에 내놓지 않으려 한다.

실제 이날 콜시장은 "개점휴업" 상태를 보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자금이 부족한 은행과 제2금융기관이 수혈을 받지
못하는건 뻔한 일.

결국 금융기관도 유동성 부족에 따른 부도위기에 직면할수 있다.

실제 이날 한 지방은행은 자금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더욱이 한국은행이 긴급자금을 아무리 풀어대도 결제시스템이 붕괴된
상태라 아무런 효과가 없다.

채권시장도 영향권안에 들어갔다.

퇴출은행이 보증선 회사채의 보증효력이 상실된 상태라 중도상환요구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채권발행기업들은 자금을 구하기 위해 다시 채권발행에 나설수밖에
없고 공급물량 초과로 회사채수익률은 오를 수 있다.

반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상대적 안정세다.

주식시장은 부실은행퇴출이 장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전망.

외환시장도 퇴출대상 5개은행의 외환업무가 미비해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대책 =결제시스템 복구가 가장 시급하다.

그러자면 퇴출대상 5개 은행의 전산망을 복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같은 혼란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란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차선으론 인수은행이 퇴출은행 발행수표및 어음을 우선 결제한뒤 나중에
정산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사고수표나 부도어음에 대한 지급부담을 인수은행이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인수은행이 꺼리고 있다.

정부에서 취하고 있는 어음수표의 만기연장조치는 말그대로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며 오히려 금융시장의 혼란은 더욱 부채질 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