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출신 기술진의 벤처창업은 빠른 상품화와 시장성 적중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

누리정보통신(대표 서기삼.39)은 현대전자에서 파생창업한 벤처기업으로
바로 이런 경우이다.

누리의 탄생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새 출발한 것이 아니었다.

IMF(국제통화기금) 한파가 있기 전인 지난해 7월 현대전자 출신 엔지니어
9명이 "안주"보다는 "모험"을 택했다.

스마트카드팀 단말기 연구진들이 당시 개발과장이었던 서 사장을
중심으로 의기투합해 창업에 나선 것.

밑천이라고는 기술 하나 뿐이었다.

이들 개발진들은 현대전자 근무 시절 스마트카드 단말기를 개발,
1백40만달러어치를 수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측에선 투자에 비해 성과가 적다는 이유로 스마트카드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육성에 나서지 않았다.

개발진들의 생각은 달랐다.

스마트카드가 멀지않아 각광받는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시장성이 클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집적회로(IC)를 내장해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스마트카드가 향후
전자상거래 분야 주역상품이 될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현재 이 회사의 직원은 22명, 평균 연령은 28세이다.

이중 엔지니어(18명)는 모두 현대전자 출신.

그러나 회사 분위기는 확연한 벤처기업이다.

자율적인 근무환경 아래에서 밤 새워가며 일하는 것이 일상화 돼 있다.

모두가 개발자이자 소사장으로서 강한 주인의식을 갖고 있다.

이미 사원들이 회사 주식의 35%를 갖고 있다.

현대전자에서 근무한 경험은 실로 큰 도움이 됐다.

제품 개발속도가 놀랄 정도로 빨랐다.

현대전자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5~6년여간 개발 노하우를 쌓은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 회사는 올 2월 시제품을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창업 1년만에 놀랍게도
10여가지 스마트카드 단말기를 개발했다.

온라인 정보접속이 가능한 인터넷 스크린폰, 전자상거래 관련 스마트카드
리더.라이터, POS(판매시점정보관리)장비, 스마트카드로 시청료를 징수하는
CATV컨버터, 경찰업무용 휴대단말기인 핸디터미널 등이다.

기술력 하나만 보고 흔쾌히 자금을 지원해준 금융기관들이 있었기에
개발이 가능했다.

특히 기술신보와 한국기술금융(KTFC) 서초지점의 헌신적 지원이 큰 힘이
됐다.

이들 기관의 담당자들은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해외 바이어 신용조사,
신용장 관련 업무 등 다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서 사장은
강조했다.

부족한 영업력은 LG정보통신과의 제휴로 어느정도 해결했다.

LG에서 반도체를 들여와 소프트웨어와 함께 스마트카드에 내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중국시장을 함께 개척하고 있다.

이같은 수주노력이 결실을 맺어 이 회사는 7월중 중국 및 브라질
바이어와 현지에서 공급계약을 체결할 예정.

미국 프랑스 등지의 바이어들도 찾고 있어 수주가 잇따를 전망이다.

하반기중 3백만 달러어치를 수출할 예정.

스마트카드를 이용한 보안시스템 등의 상담이 성사되면 내년에는
수출실적이 이보다 10배 이상 신장할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02)809-0161

< 문병환 기자 m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