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이여 땅이여'' / 도서출판해냄 ]

김진명(41)씨의 "하늘이여 땅이여"(전2권 해냄)는 지난 1월말 출간돼
4개월만에 50만부 이상 팔렸다.

책도매상 연쇄부도로 벼랑에 몰렸던 출판계로서는 "빈 집에 소들어온"
것처럼 반가운 일이었다.

이 소설의 성공으로 작가가 받는 인세는 상반기중에만 약3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인세는 보통 책값의 10%선에서 책정된다.

이 책의 경우 50만부까지 8%, 이후 판매분에 대해서는 10%를 지급하기로
출판사와 작가가 약정했다.

지금까지 지급된 인세는 2억8천여만원.

출판사도 상반기중 최소 4억원 이상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유례없는 출판불황 속에서 단행본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올린 것이다.

송영석(46)해냄출판사 대표는 "독자들의 호응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어 연말까지 1백만부 돌파는 무난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작품의 인기비결은 무엇보다 재미있게 읽힌다는 것이다.

여기에 IMF관리체제와 우리사회 전반의 위기의식이 또다른 자극제로
작용했다.

거대자본의 힘과 냉혹한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민족의 기상을 일깨움으로써
위축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러넣은 점도 인기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작가 김씨는 "경제위기를 포함한 민족적 시련이 우리 고유의 정신문화
파괴에서 비롯됐다"며 "문화의 힘이 약한 민족은 당할수밖에 없는데 왜
우리가 이렇게 약해졌는가 하는 반성이 소설의 출발이었다"고 밝혔다.

4백만부나 팔린 첫장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 "강한 한국"을
강조했던 그는 "비틀린 역사와 빼앗긴 문화,서구 자본의 횡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소설은 일본 도쿄대학의 한 교수가 컴퓨터장애를 일으키는 토우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시작된다.

중앙박물관 지하 석축과 명산 정수리의 철못등 조선의 기맥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던 일본의 음모가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수호사자인 토우에
의해 제동이 걸리고 이때부터 한.일간의 천기싸움이 전개된다.

한편 한국인이 지배주주로 있는 뉴욕 금융회사에 미국 해커가 침입하고
한국 증권시장이 위험해진다.

미국 투자자들이 다국적 기업을 업고 한국증시에 거액을 투자, 가파른
주가상승을 유도한뒤 한꺼번에 팔아 단기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 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컴퓨터 천재 기미히토 교수가 미국의 음모에 맞서는 한국인
해커 수아를 도와 증권대란을 가까스로 막아내는 얘기가 숨가쁘게 이어진다.

소설속의 헤지펀드 작전은 실제로 국내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외국인 주식투자한도가 늘어난 지난해말부터 올해 1월초까지 외국인들이
1억1백만주 이상을 사들여 1조2천억원의 평가이익을 얻은 것이 단적인 예다.

이는 같은 기간 순매수총액 2조3천억원의 50%를 넘는 규모다.

외국자본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질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작품속의 "검은 거래"가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김씨는 "앞으로도 IMF같은 시련이 계속될텐데 더이상 고통받지 않으려면
민족정신의 뿌리와 문화정체성 확립이 시급하다"며 한민족 미래를 다룬
장편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을 축으로 하는 아시아와 구미의 문화전쟁을 본격
조명한다는 계획이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