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시스템이 사실상 마비됐다.

또 퇴출은행이 발행한 어음및 수표의 부도처리여부를 둘러싸고 심야대소동이
벌어지는 등 금융질서가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정부로부터 퇴출명령을 받은 동화 동남 대동 경기 충청등 5개은행 직원들은
29일 전산실 가동을 중단시키거나 서류를 갖고 잠적하는등 인수업무에 협조
하지 않았다.

이에따라 이들 은행의 업무는 마비상태에 빠졌으며 소액예금의 인출과 기업
결제 등 기본적인 업무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이들 은행의 전산망가동이 중단되면서 어음및 수표에 대한 교환결제가
중단됐다.

이날밤 10시께 금융결제원은 퇴출은행이 발행한 어음및 수표를 부도처리
하라고 전 은행에 통보했으나 금융감독위의 반대로 황급히 수정공문을 발송
하는 등 지급결제를 둘러싸고 대혼란이 빚어졌다.

이처럼 금융중개기능이 마비됨에 따라 기업은 물론 개인들도 돈을 찾지
못해 큰 혼란을 빚었다.

퇴출은행을 거래하는 기업들은 당초 정부의 약속과는 달리 긴급자금마저
인출할수 없어 대금지급은 물론 원자재구매조차 하지 못했다.

또 다른 은행을 거래하는 기업들도 지급결제기능마비로 자금인출에 애를
먹었다.

은행들은 다른 은행들이 발행한 자기앞수표 약속어음 당좌수표등에 대해
사고 및 부도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금지급을 거절했다.

이에따라 거래기업은 물론 하청업체들도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어
자칫하면 기업연쇄부도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개인들도 예금을 찾지 못해 전세자금 세금 이자납부등에 애로를 겪었다.

특히 퇴출은행의 신용카드와 현금자동지급기(CD)등 자동화기기마저 전산망
마비로 작동되지 않았다.

윤원배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은 "5개 은행 대부분의 전산시스템이 작동
되지 않아 일반고객이나 기업의 지급 결제 예금인출 등의 업무가 차질을 빚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시스템 마비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5대 퇴출은행들은 이날 집단적으로 출근을 거부하거나 인수은행의
진입을 저지했다.

동화은행 직원들은 본점에 모여 신한은행 인수팀의 진입을 막아 인수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동남은행 직원들은 이날 출근하지 않은채 별도의 모임을 가졌다.

인수은행인 주택은행은 전산실 등을 접수했으나 직원들의 협조가 없어 전혀
인수업무를 보지 못했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