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이 감도는 토요일저녁.

서울 여의도에 배낭을 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

바로 "동양증권산악회"산꾼들이 무박산행을 떠나려는 참이다.

89년 나홀로 등산을 즐기던 몇몇 직원들이 그저 산이 좋다는 이유 하나로
만든 산악회가 지금은 회사에서 가장 전통있는 동호회로 자리매김됐다.

작년 늦가을, 가야산의 마지막 단풍을 즐기려 출발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준비안된 겨울산행"으로 변해버렸다.

회원들은 목장갑 하나를 번갈아 나눠 끼며 따듯한 동료애를 확인했다.

그리고 어둠속에서 앞서 가는 회원의 엉덩이를 쳐다보며 오르다가 황홀한
일출을 맞았던 강원도 응봉산.

버스의 좁은 의자에서 잠자다 정상에 오르겠다는 마음으로 졸리운 눈을
비비며 열심히 산행을 했건만 "여기가 아닌가 봐"하는 리더의 외침에
허탈하게 하산했던 지리산.

철쭉제가 열린대서 큰 맘 먹고 찾아갔으나 전날 내린 비로 꽃잎이 다
져버린 허망한 소백산.

5시간의 사투끝에 정상을 정복하고 자연이 그려낸 한폭의 수채화를 정신없이
쳐다보며 와!하는 감탄사만 연발했던 가을 설악산.

우리 모임의 전통만큼이나 다양한 산행에피소드가 있기에 더욱 더 정감이
가는 동호회가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신입사원 못지 않은 체력으로 산행에 지친
회원들을 격려하며 항상 맛있는 간식을 배낭 가득 준비해오는 사장, 시산제
할 때마다 참여해 회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임원들, 힘든 산행을 통해
사랑을 확인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몇몇 신랑.신부들이 있기에
그 정다움은 배가된다.

현재 산악회에는 회장을 맡고 있는 필자를 비롯 박용배 증권관리팀장,
노은두 금융센터강북본부점 부장, 조복행 자금팀차장, 우상철 영업무차장,
조한준 금융상품영업부차장, 이재홍.윤여철 대리 등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IMF체제는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산행을 통한 따뜻한 동료애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오늘도 동양증권산악회는 무박산행을 준비한다.

정연제 < 동양증권 홍보팀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