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주권이 중국에 반환된지 오늘로 꼭 1년이 된다.

1백55년간의 영국 식민통치를 벗어나 사회주의체제인 중국의 영토로
되돌아온 홍콩에서 지난 1년간 실시돼온 "일국양제" 실험은 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이제 기대와 우려로 범벅이 됐던 1년전의 흥분은 가시고 홍콩경제는 번영의
신화가 상당부분 꺾인 것이 사실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생각보다 빨리 안정을 이룩함으로써 유례없는 일국양제 실험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할만 하다.

하지만 지난 1년간의 경제 성적표는 참담하다는 표현이 어울릴듯 하다.

1.4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13년만에 처음 마이너스 2%를 기록했고
2.4분기에는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한다.

실업률은 연초의 2.5%에서 연말에는 7%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가격은 1년전에 비해 40~50%나 떨어졌고 16,000선을 넘보던 항생지수
역시 절반수준에서 헤매고 있다.

최근에는 홍콩달러의 고정환율제 포기설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다.

겉모습만 보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하에 있는 한국경제와 비슷한
상황이다.

홍콩 경제를 이처럼 어렵게 만든 1차적 원인은 아시아의 경제위기라고 할
수 있지만 홍콩당국의 잘못된 정책에도 큰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주권반환 무렵 1백20억달러의 중국자본을 끌어들여 증시와 부동산에
투자해 거품을 키웠고 아시아 금융위기 때 홍콩달러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무리하게 금리를 인상한 것도 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지게한 직접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홍콩 당국은 적자예산 편성 등 경제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일본
한국 동남아 등 주변국가들의 경제사정이 워낙 좋지 않아 빠른 경제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홍콩경제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금물이다.

지난 5월말현재 9백62억달러로 세계3위인 외환보유액과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금융시스템및 중국이라는 거대한 수출시장의 뒷받침 등 경제의
기초여건은 어느 아시아국가보다도 건실하다.

비록 일국양제가 정착하기도 전에 경제위기를 맞았지만 장기적으로 볼때
홍콩의 장래는 자유경제체제의 지속여부에 달려있음을 홍콩당국자나 중국
지도부는 명심해야 할줄 안다.

홍콩은 경제면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 우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교역규모가 연간 1백25억달러에 달하는데다 오래전부터 대북한 협력의
창구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우리의 각별한 관심대상이다.

특히 일국양제 실험은 한반도 통일후의 정치.경제체제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할 수 있다.

다시한번 "홍콩차이나"의 탄생 1주년을 축하하면서 작은 돌섬을 세계
최고의 자유주의시장으로 일궈낸 홍콩인들의 자부심이 경제위기 극복에도
십분 발휘되길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