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텍사기극은 각종 제도의 허점을 절묘하게 이용한 희대의 사건이다.

"물렁한" 기업 인수합병절차와 수출금융시스템, 안이한 금융기관 감독체제,
유명무실한 조세환급규제의 맹점을 파고들어 거액을 챙겼다.

1천억원의 불법자금이 조성돼 이용되기까지 감시기능이 하나도 작동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씨가 자금을 빼돌리는 바람에 상장회사인 피앤텍과 모나리자는 껍데기만
남았다.

주가도 폭락했다.

그 피해는 선의의 주식투자자와 신용금고에 돈을 맡긴 예금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 것.

이씨 등은 상호신용금고를 사금고화해 돈을 마음대로 빼썼다.

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한 뒤 총여신의 최고 절반가까이를 계열사 명의로
불법대출받아 금고를 동반부실화시켰다.

뿐만아니라 이씨는 모나리자의 인수를 추진하면서 가차명계좌를 통해
이들 회사의 주식을 매수, 10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사기극을 벌이면서 내부자 거래 수법까지 동원한 것이다.

이씨의 사기행각은 상호신용금고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회사인수및 설립, 위장수출 등 사기행각에 필요한 기본자금이 여기서
나왔다.

피앤텍인수을 위한 전환사채 매입대금 40억원도 이씨가 근무하던 사조신용
금고에서 위조한 S정기 발행 약속어음 2장에서 나왔다.

피앤텍파이낸스 설립도 같은 방법으로 이뤄졌다.

이씨는 이 금고에서 50억원을 대출받아 즉시 예금을 하는 것처럼 꾸몄다.

이를 근거로 회사설립을 위한 주급납입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온양과 신일 상호신용금고 인수에도 돈 한푼 들이지 않았다.

인수대금은 금고를 사들인 후 즉시 대출받은 돈으로 다시 메꿔졌다.

인수된 금고 돈으로 신용금고를 사들인 것이다.

인수목적은 물론 고객예탁금 전용.

신일의 경우 자기자본금의 3배가 넘는 2백70억원을 가져갔다.

이 돈은 계열사 주식을 사들이거나 개인부동산 구입, 유흥비로 들어갔다.

수사착수 시점까지도 해당금고측에서는 부정대출사실 조차 모르고 있을
정도였다.

이씨는 일정 시점에 신용금고와 회사를 부도나게 한 뒤 도피하려 했다.

이씨는 이에 대비, 지난 5월 하순경을 각 계열사 부도의 디데이로 설정했다.

자신의 처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합의이혼을 하는등 재산을 은닉했고
이들 회사는 지난 5월 25일 부도처리됐다.

< 이심기 기자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