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전격적인 은행퇴출 조치가 계획대로 맞아떨어지지 않으면서
전체 금융시장에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결제기능을 갖고 있는 유일한 금융기관인 은행의 업무 마비는 곧바로
종합금융사 보험사 신용금고 등 2금융권으로 그 폐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 금융권에선 하루빨리 은행의 결제시스템이 복구되지 않을 경우 전혀
예상치 못한 최악의 국면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이같은 시장불안상황을 반영, 금융기관간 단기자금조달역할을 맡는 콜자금
거래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 연출.

하루평균 12조~13조원씩 거래되던 콜시장은 퇴출은행 발표후부터 하루
3조원 규모로 축소돼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형국.

그러나 무조건 자금을 확보하고 보자는 심리에서 콜론(돈을 빌리겠다는
요청)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

시중은행 자금 담당자는 "금융기관간 자금현황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자금 거래가 이뤄지겠느냐"고 설명.

콜금리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지만 앞으로 소폭 상승할 것이란 예측이
우세한 편이다.

<>.종합금융사들은 자체 결제라인없이 은행결제망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29일 전산시스템이 붕괴되면서부터 자금 업무가 거의 마비된 상태에 빠졌다.

지난 29일 밤을 새워 가며 자금 계수를 맞췄던 종금사 자금 담당자들은
30일에도 전산망이 정상화되기 힘들다는 소식에 초긴장하는 모습.

특히 몇몇 금융기관이 29일자 계수를 완전히 맞추지 못한채 30일 업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초비상
사태임을 전 직원에게 통보하기도.

또 금융당국이 퇴출은행 발행어음과 수표를 전액 결제토록 한 미봉책도
앞으로 상당한 후유증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

한 종금사 자금담당자는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하루빨리 전산망이
복구되지 않으면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엉뚱한 루머에 휘말려 피해를 보는
금융기관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도 5개 퇴출 은행의 업무 마비로 인한 보험료 수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초비상상태에 돌입.

특히 월말에 보험료 수입이 집중되는 업계 특성때문인지 각 보험사는 전국
일선점포에 전 영업조직을 동원, 보험료 수금활동을 펼치도록 긴급 지시.

또 퇴출은행이 발행한 자기앞 수표가 은행창구에서 수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보험료 수금시 가급적 현금이나 우량은행 발행 수표를 받도록
권유하기도.

그러나 이번 사태로 보험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선의의 가입자가
보험료 미납으로 실효 해약을 당하지 않을지 하는 점이다.

모 생보사 영업국장은 "퇴출은행 계좌를 이용해 매월말 보험료를 내던
가입자가 예금잔고가 남아있음에도 이번 사태로 보험료 납입이 되지 않으면
계약효력을 잃게 된다"며 이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시급하다고 주장.

반면 금융산업구조조정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일부 보험사에선 지난달 25일
께부터 퇴출대상으로 알려진 4~6개 은행과의 거래상황을 점검, 대비책을
강구한 덕분에 별 어려움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신용금고업계는 은행의 결제시스템이 마비됨에 따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며 특단의 대책을 호소.

만기가 된 할인어음을 지급 제시했으나 은행측이 이를 거절, 금고 전체의
자금 수급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게 금고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거래중인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이번 퇴출은행들과 거래를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부도 도미노가 일어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

특히 부산 대구 지역 금고들은 퇴출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명단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


<>.카드업계는 당초 퇴출은행이 발급한 신용카드는 사용가능할 것이라는
당국의 발표를 믿고 있었으나 퇴출결정이후 대부분 은행 점포에서 지급을
거절하는 바람에 당황해 하는 표정이 역력.

특히 각 은행과 제휴하고 있는 BC카드는 전산시스템 재가동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 LG 등 전업계 카드사는 금융대란에 한발 비켜있는데 안도하면서도
신용거래 전반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까봐 하루빨리 시스템이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김수언 기자 soo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