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장고끝에 내놓은 가교은행 구상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냉냉한
반응을 얻고 있다.

일본 정부 발표대로라면 중병에 걸린 일본의 금융시스템을 치유하기에
함량미달이라는 것이다.

이런 평가는 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가교은행 운영방안이 발표된 직후 열린 2일 런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백41.41엔으로 전날보다 3엔 가까이 오히려 급락했다.

이어 3일 도쿄시장 역시 하시모토 총리의 ''항구감세 실시''발언에도 불구
1백39엔 후반에 거래되는 약세를 보였다.

이에대해 월 스트리트 저널 등 서방언론들은 국제금융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일본 정부가 발표한 가교은행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은 우선 "가교은행의 책임자가 기존 부실은행
책임자들보다 유능할 것이냐"는 점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특히 일본의 소위 "아마쿠타리"관행상 퇴직한 대장성
관리가 가교은행의 책임자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고 "실제로 대장성
관리들이 들어앉았던 은행들이 가장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또 불량 채권과 자산의 구체적인 처리방안이 결여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언스트& 영의 한 부동산 컨설턴트는 "은행들로 하여금 불량채권을
처분토록 유도하는 유인책이 없는 한 가교은행 설립 계획은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불량채권을 인수할 "헤이세이 금융재생기구"에 일본 정부가
충분한 자금을 공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바클레이 캐피탈사의 애널리스트 가토 스스무는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내놓은 부실채권 처리방안이 완벽하지 못하다며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정부는 부실채권처리비용으로 13조엔을 책정해 놓고 있지만 미국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실제 필요한 자금은 당초 책정한 자금보다 2.3배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가교은행 구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일본내에서
조차 가교은행의 원조인 미국으로부터 다시한번 훈수를 받아야 하는게
아니냐는 자성도 나오고 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