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토대로한 세계화는 오늘날 우리나라를 포함한
지구촌의 시대정신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세계화를 작동시키는 중심축은 어디에 있으며, 세계화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커다란 의문이 생긴다.

극심한 경제 위기속에서 단지 개인도 국가도 기업도 개방화 세계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역사의 낙오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절체절명의
목표만이 강조되고 있는 우리의 경우는 더 그렇다.

프랑스의 기 소르망 역시 세계화를 꿈꾸는 학자다.

그러나 그는 요즘 우리가 "세계화"라고 부르는 것이 실제로는 "미국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최근의 저서 "열린세계와 문명창조"에서 그는 "미국화된 세계화가 문화적
다양성을 앗아가면서 세계를 문화적으로 빈곤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국이 엄청난 경제적 힘의 영향으로 제국주의의 함정에 빠지게 되어
세계각국의 반미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한편 인간의 진보를 촉진하는 보편적 개념의 세계화는 각국 문화의
정체성이 획일화되지 않고 다양하게 정립될때 이룩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근 유럽과 중남미 19개국 문화장관들이 캐나다 정부주도로 오타와에
모여 미국문화의 세계독점체제로부터 자국 문화의 정체성 수호대책을
논의하는 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일종의 반미 문화회의였던 셈이다.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공동전선을
펴기로 하고 "문화는 국가정체성의 특질로서 자유무역이라는 국제협약이
지배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는 점이 강조됐다고 한다.

캐나다의 경우 영화의 96%, 잡지의 80%, 라디오 음악의 3분의 1이
미국산이라니 고유문화의 실종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캐나다보다는 덜하지만 우리도 영화의 경우 지난해 수입영화 4백38편중
60%를 미국영화가 차지하는 등 해마다 늘고 있다.

미국문화가 홍수처럼 밀려들고 있는 우리처지에서 남의 나라일 같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우리는 독수리같이 되기위해 깃을 뽑아버리는 봉황의 꼴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