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12개 부실 은행에 대한 경영평가결과를 섣불리 공개하는
바람에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심리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특히 시티은행 등 미국 금융기관들은 이들 부실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발표를 계기로 한국계 은행들과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 뉴욕 주재 한국계 은행들에 따르면 미국의 최대 은행인 시티은행은
2일 대출 담당자 회의를 열고 한국 금융기관에 대한 기존의 소규모
크레디트 라인(대출한도)마저 축소 또는 중단하는 문제를 검토키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시티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말 이후 한국의 금융 상황을 예의
주시했으나 한국의 금감위가 발표한 12개 은행의 BIS 비율은 충격적이었다"
면서 "미국 은행들은 BIS 비율이 1~4%선인 은행들과 거래한 관례가 없다"고
말해 한국 금융기관들과의 거래 중단을 고려하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또 체이스 맨해튼 은행도 한국의 구조조정이 완료될 때까지 크레디트 라인
개설을 보류하고 있다고 뉴욕의 금융관계자가 밝혔다.

이와 함께 신용등급 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사가 무디스사에
이어 최근 퇴출당한 은행을 인수한 국민 주택 하나 등 5개 은행의 경영
악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도 한국계 은행에 대한 시장심리 악화 요인
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뉴욕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들은 본점의 자금 지원 확대로 현지
조달수요는 크지 않지만 조달 여건은 금감위가 BIS 비율을 졸속 발표
함으로써 여전히 악화된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 금융계는 한국 금융 당국의 섣부른 BIS 발표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계은행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평가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