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일정이 발표되면서 국내 대기업들도 뛰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인수할 여력이 없어 그림의 떡"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나
내부적으로는 공기업 민영화가 미칠 영향분석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발빠른 기업은 이미 태스크포스를 구성, 국내기업은 물론 외국기업과의
컨소시엄 구성 방안까지 모색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그룹들은 공기업민영화에 참여할 것인지 말것인지를
우선 결정하고 그에 맞춰 구조조정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요구하는 부채비율 조건 등을 맞추면서 공기업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려면 매각대상 계열사나 자산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해 가장 주목을 받는 기업은 현대다.

현대는 문민정부 시절부터 제철사업 진출을 추진해 왔다.

게다가 국내기업중 철강재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구조적으로 포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현대는 또 현대양행의 후신인 한국중공업에 대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는 지금도 80년대초 전두환정권이 실시한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이
회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있다.

삼성과 대우의 관심사는 한국중공업이다.

삼성은 이 회사의 발전사업부문, 대우는 선박엔진공장에 눈독을 들여왔다.

대우는 계열사인 대우중공업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달리 자체 선박
엔진공장이 없어 거의 한중 제품을 사용해 왔다.

한중 창원공장과 대우 옥포조선소는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있다.

LG는 가스공사 쪽에 눈길을 주는 모습이다.

주력사업인 화학과 에너지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들 기업을
인수하는게 필요하기 때문.SK 역시 주력인 에너지사업 부문 강화를 위해
한전과 가스공사의 민영화에 참여하는 방안을 오래전부터 검토해 왔다.

발전사업의 경우엔 제2민자발전 사업권을 따내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에
필요성이 덜한 상태이나 가스공사에는 여전히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대 그룹 외에 롯데의 움직임도 주목 대상이다.

담배인삼공사의 인수에 나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롯데는 대기업 그룹중 자금사정이 가장 나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과거 담배인삼공사의 홍삼판매를 대행한 경험도 있다.

기업이미지도 담배인삼공사에 어울린다.

롯데는 담배인삼공사 인수를 위해 오래전부터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인수할 여력이 없는 대부분의 그룹들도 국내기업이나 외국기업에
컨소시엄형태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