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의 기세가 전국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때이른 열대야가 나타나 올 여름
찜통더위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들어 처음으로 열대야가 나타난 곳은 대구(최저기온
26도)를 비롯해 제주(" 25.8도) 포항(" 27도) 영천(" 25.6도) 울산(" 25.5도)
등 5곳으로 주로 영남지방에서 관측됐다.

특히 최저기온이 평년보다 7.3도나 높았던 포항의 경우 2일 최고기온이
32.5도를 기록한 뒤 떨어지기 시작했으나 오후 8시 29.2도, 오후 10시
27.6도, 3일 0시 27.2도, 새벽1~4시 27도, 오전 5시 27.2도 등으로 계속
27도를 웃돌았다.

열대야 현상은 밤이 돼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새벽까지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도는 경우로 보통 장마가 끝나는 시기인 7월20일을 전후해 처음
나타난다.

이 때문에 열대야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을 받는 7월 하순이후
한여름에 주로 나타나며 대도시의 경우 에어컨과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인공열과 대기오염 물질이 기온상승을 부추겨 뜨거운 공기가 도시를 섬
모양으로 덮는 "열섬현상"까지 겹쳐 더욱 심해진다.

그러나 올해는 엘니뇨로 여름이 일찍 온데 이어 고온다습한 공기덩어리를
동반한 채 본격적인 찜통더위를 몰고 오는 북태평양 기단이 평년보다 20여일
빨리 한반도 전역을 덮으면서 장마철인데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열대야를
만들어낸 것.

특히 습도가 보통 70%를 웃도는 장마철이기 때문에 기온의 변화폭이 적다는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즉 습기가 대지 위를 덮고 있는 상태에서 잠시 구름 사이로 뙤약볕이
내리쬐면 기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증발한 수증기로 대기중 습도까지
높아지면서 좀처럼 기온이 떨어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2일 중부지방의 경우 두꺼운 구름과 장마비로 햇볕이 없었던 반면
열대야가 나타난 곳에서는 장마비가 멈칫하면서 잠시 쏟아진 불볕으로
끈적거릴 정도의 후텁지근한 날씨가 만들어졌다.

한편 열대야의 연평균 발생일수는 전국적으로 보통 3~7일 정도지만 90년대
들어서는 눈에 띄게 늘어나 대구 광주의 경우 15일 안팎에 달하며 서울도
10일이 넘는다.

특히 최근 들어 가장 더웠던 지난 94년에는 부산에서 44일, 서울에서도
34일이나 열대야가 나타났고 지난 87년과 93년의 경우 거의 관측되지 않았다.

< 류성 기자 sta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