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외환보유고는 어느 정도일까.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당분간은 외환보유고를 늘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외환보유고를 확대하는게 능사는 아니다.

외환을 과도하게 보유하면 그만큼 외환을 투자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나라의 위험수준에 비춰 적정수준만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

최소한 외환.외채 위기를 피하기 충분한 정도면 큰 무리가 없다는 얘기다.

지금까지는 3개월치 수입액 대비 외환보유고 비율이 적정 외환보유고 지표로
많이 이용돼 왔다.

그러나 이 지표는 자본이동에 대한 통제가 많았던 브레튼우즈 체제 시절에
고안된 것이다.

민간자본의 급격한 유출이나 외환투기가 국가위기를 초래하는 금융 글로벌
시대에는 맞지 않다.

따라서 적정 외환보유고는 3개월치 수입액보다는 단기외채처럼 1년내 쉽게
유출될 수 있는 자금량, 또는 총통화와 같이 외환위기때 인출해 외환매입에
사용될 수 있는 유동자산과 비교 산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90년대 들어 외채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 멕시코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5개국 모두 단기외채 대비 외환보유고 비중이 1백%에 미치지 못했다.

이들 5개국의 총통화 대비 외환보유고 비율도 평균 57.6%로 기준치인 1백%를
훨씬 밑돌았다.

한국의 경우 금년들어 외환보유고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단기외채와
비교할때 아직 적정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기 어렵다.

올 5월말 현재 한국의 공식적인 단기외채는 4백4억달러.

5월말 현재 가용 외환보유고 3백44억달러를 초과한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하는 대외지불 부담 통계에는 국내 기업의 단기
해외현지금융(98년5월말 현재 1백60억달러로 추정)이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총단기외채 대비 가용 외환보유고 비율은 61%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총통화에 비해서도 현재의 외환보유고는 충분하지 않다.

우선 총통화 대비 가용 외환보유고 비율 자체가 22%로 너무 낮다.

한국이 외채위기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가용 외환보유고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적정 외환보유고는 최소 5백64억달러가 적립돼야 한다.

올해 5월말 현재 단기외채(기업의 단기 현지금융 포함) 5백64억달러가 향후
1년간 유지된다는 가정에서다.

여기에다 외채위기 발발시 유출될 수 있는 주식투자자금 21억달러, 올
6월이후 1년간 만기도래하는 중장기 외채원금 약 1백54억달러(IMF차관 만기분
제외)를 합치면 1년내 유출될 수 있는 자금량은 약 7백39억달러가 된다.

바로 이 금액이 아직 외환.외채위기의 먹구름이 가시지 않은 한국의 적정
가용 외환보유고로 추산해볼 수 있다.

총통화 대비 외환보유고 비율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총통화 비율은 50%정도.

가용 외환보유고가 총통화(5월말 현재 2백17조원)의 50%인 7백75억달러
(환율 1천4백원 적용)에 달하면 GDP 대비 총통화비율이 1백%로 통화
방어능력을 갖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위의 두가지 지표로 살펴볼때 한국의 적정 가용 외환보유고는 7백50억달러
내외로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강호병 < LG경제연 책임연구원 hbkang@erinet.lgeri.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