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초는 겨우내 파란 잎과 줄기를 유지하는 덩굴식물로 한반도 전역에
퍼져있다.

6월께 하얗거나 노란 꽃이 핀다해서 금은화로 불리기도 한다.

고구려 고분벽화와 무령왕릉 출토보물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늬가 이
인동문양이다.

또 동의보감은 인동초가 해독제와 소염제로 감기 구토 등을 다스리는데
쓰인다고 기록했다.

이렇게 서민들에게 친근했던 인동초는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더욱 더 일반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게 됐다.

김대중 대통령의 인생역정과 인동초가 갖고 있는 식물로서의 속성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동초는 꽃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겨울 추위를 견디며 그 푸름을
잃지 않기 때문에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마침내는 자기의 뜻을 이뤄내는
사람들을 비유하는데 많이 쓰였다.

특히 지금같이 어려운 경제환경속에서 인동초의 의미는 새롭게 다가온다.

쉼없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경제구조의 변화속에서 실업이라는 멍에를
져야하는 가장들이 늘고 있고, 옆에서 남편의 처진 어깨를 바라보며 가슴
아파하는 아내들이 늘고 있다.

버거운 현실에 체념하고 있는 부모들을 바라보며 아이들의 마음까지
멍들어 가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견디기 힘든 추운 겨울에 비유한다면 우리는 인동초의
모습에서 하나의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살을 에는 듯한 겨울바람속에서 모든 만물이 숨을 죽이고 있을 때 그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것이 인동초다.

자기의 처지를 탓하지 않고 묵묵히 추위를 견디다가 추위가 다 가고 여름
초입에 하얗고 노란 꽃을 피운다.

그리고 우리에게 유용한 약재로도 쓰이는 것이다.

겨울이 가면 반드시 봄이 온다.

지금 상황이 우리들을 힘들게 할지라도 단지 겨울 한때에 지나지 않는다.

이 겨울같은 질곡의 상황이 지나면 따뜻한 햇볕아래 파아란 새싹이 돋아나는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다소 이번 겨울이 유난히도 춥고 긴, 견디기 어려운 겨울일지라도 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