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외국인투자자와 채권자, 노조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자의적인 개입을 막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구조조정의 성패와 속도를 좌우할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무엇보다 "손해"를 싫어한다.

국내투자자들처럼 입을 다무는 법도 없다.

소액주주이든 기관투자가이든 이익을 지키기위해선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문제는 외국인들이 우량은행에 집중 포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 주택 한미 하나 신한은행 등에 20~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5개인수은행의 외국인주주는 이미 "비토"가능성을 예고했다.

자산실사단계부터 참여하겠다는 외국인도 있다.

국민 주택은행의 외국인 주주들은 소송을 걸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하나은행에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국제금융공사(IFC)가 버티고 서 있다.

한미는 BA(아메리카은행), 신한은 재일교포주주들이 대주주다.

이들은 주주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는 인수방식에는 철저히 반대한다.

이들 외국인들은 정부지원규모에 불만이거나 부실은행 인수자체가 못마땅한
경우에 이번 인수계약 승인을 얻기위해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얼마든지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

그렇다고 외국인주주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정부가 출자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해줄 경우 주당순이익이 떨어지는 등
주주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있을 합병에도 이들은 발언권을 행사할 태세다.

JP 모건 관계자는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합병은 이익을 지키기위해
매수청구권을 행사하거나 합병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우량+부실"의 합병구도가 가시화하기위해선 외국인주주들의 입맛에
맞는 구조조정 정부지원 등 "부가가치창조"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국채권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자금회수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A라는 외국은행이 한국의 B, C은행에 각각 5억달러씩 빌려준 경우
B와 C가 합병한 뒤 10억달러의 대출규모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또 해외채권자들은 국제신용평가기관이 매기는 신용등급에 따라 투자여부를
결정한다.

미국의 무디스사는 지난1일 주택 국민 한미 신한 하나 등 5개 인수은행의
장기채권및 재무건전성 신용등급을 하향조정 가능성이 있는 "감시대상"으로
분류했다고 발표했다.

무디스는 퇴출은행 인수에 따른 실제영향을 점검한 다음 신용등급을 다시
매길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인수은행 관계자들은 이로인해 해외차입선이 막히고 금리가 상승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한다.

노조가 어떻게 나오느냐도 변수.이는 은행퇴출과정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합병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원론적으로 합병주체은행은 전체인원의 10~20%,피합병은행은 50~60%를
감원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2만3천여명의 은행종사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산했다.

합병주체은행이든 피합병은행이든 엄청난 홍역을 치러야 할 판이다.

감원이 일단락된뒤에도 이질적인 기업문화를 융화시키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여기에 직급정년제 연봉제같은 새로운 관리시스템이 정착되려면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노조는 최근 퇴출은행 사태에서 보듯 집단반발 양상을 보이면서
금융시스템 불안의 핵으로 등장하고 있다.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과 민주금융노동조합연맹은 정부의 5개은행 퇴출이
무책임하고 졸속으로 일관한 전시행정적인 조치로 규정하고 이번 결정을
전면 백지화하지 않을 경우 15일부터는 전은행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앞서 6일 낮 12시부터 2시간동안 점심시간을 동시에 사용, 영업을
거부하기로 했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