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천양희(56)씨가 잠언시집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작가정신)를
펴냈다.

이 시집에는 굴곡진 삶의 높낮이와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는 위안의
언어들이 가득하다.

어머니 아버지에 관한 기억, 아이에 대한 슬픈 모정, 자연으로의 회귀,
미완의 사랑이 빚어내는 회한과 절절한 고독이 1백11편에 담긴 "시로 쓴
영혼의 자서전"이다.

어릴적 "사람이 되어야지"란 말씀을 제일 많이 듣고 자란 시인은 오십
고개를 넘어 "어머니 보시기에 내가 과연 사람이 되었을까"하고 자문한다.

그는 "풀도 잘못 잡으면 손을 베이고 사람도 잘못 잡으면 마음을 베이는"
세상이지만 "고독 때문에 뼈아프게 살더라도/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이라며
"상처를 씨앗처럼 심어라. 씨앗은 썩어 꽃을 피운다. /상처가 곧 꽃이니...
/상처를 꽃처럼 피워라"고 말한다.

"동백처럼 붉게 붉게 피어나지만/떨어질 땐 처연하게/모가지째 뚝, 뚝
떨어지는" 아픔을 딛고 일어서며 그는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얘기한다.

"이제는 내 영혼 밑바닥에 희망을 쓰고 싶습니다.

내가 나를 이기기 위함입니다.

역경은 희망에 의해 극복된다는 평범한 말이 진실을 향한 첫걸음이 되리란
것을 나는 믿습니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