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탁의 배꼽에 심지를 박으니/사흘간 탔다더라/내 살을 먹고/내 피를
마신/너/배꼽에 불 붙이면/한 십년은 타겠구나"("상어야"전문)

시인 노창선(44)씨가 두번째 시집 "난꽃진 자리"(동천사)를 냈다.

이번 시집에는 "불"의 이미지가 많이 등장한다.

"그대 강건너 들판으로/.../꽃등 들고 불 밝혀 왔네"("그대 꽃등 들고"),
"불길처럼/바람은 씨앗들을 거두어"("들불"), "불항아리 하나/가슴속에
품고"("큰산") 등 개인과 역사를 아우르는 불씨가 곳곳에서 일렁거린다.

이는 어두운 세상을 불의 온기와 빛으로 되살리려는 시인의 "풀무질"에서
비롯된다.

어둠속에서 희망을 뽑아 올리는 그의 성찰은 곧 고통을 태워 빛으로
승화시키는 "아궁이"다.

문학평론가 정효구씨는 이를 두고 "살아있음의 첫째 조건인 불씨를 세계와
존재의 근원에 대비하고 타락한 현실에서 구원과 항거의 불길을 깊이 읽어낸
작품들"이라고 평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