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홀 연장전을 만든 보기가 두개 있었다.

그리고 우승한다면 그 우승을 값지게 만들 더블보기도 한개 있었다.

블랙울프런의 US여자오픈은 처절한 보기 싸움끝에 총 90홀 승부로 판가름
나게 됐다.

상대인 추아시리폰은 최종 18번홀에서의 기적같은 버디로 연장에 합류했다.

<>우승을 위한 보기

9번홀(파4-3백95야드).

앞팀이 밀려 약 5분동안 기다리던 박세리는 처음 드라이버를 뽑았다가
스푼으로 마음을 바꾸었다.

뒷바람이 약간 불었기 때문인듯.

그러나 박의 스푼샷은 목표보다 왼쪽으로 향해 날았고 볼은 벙커 바로
직전의 깊은 러프로 숨어 들어갔다.

거리는 1백30야드 정도 됐으나 풀에 묻혀 있는 볼은 라이도 아주 고약했다.

박은 처음 9번아이언을 꺼냈다가 다시 8번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박의 세컨드샷은 US오픈 러프의 악명대로 풀을 이기지 못했다.

볼은 그린과 페어웨이를 갈라 놓은 강물속으로 사라졌다.

박은 물가로 다가가 드롭했다.

핀은 물 바로 건너 그린 앞쪽에 꽂혀 있었다.

핀까지는 1백5야드.

박은 L웨지로 네번째 샷을 했다.

볼은 높이 떠오른후 핀 오른쪽 1m지점에 멈춰섰다.

더블보기가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서는 더 없이 절묘한 샷.

박은 그 퍼팅을 떨어뜨렸다.

그것은 버디보다 값진 보기.

흐름상 그런 경우엔 홀을 오버해서 치게 마련인데 박은 다시 핀을 곧바로
겨냥하며 4온1퍼트의 보기로 막은 것이다.

만약 연장전에서 우승하면 그 우승은 9번홀 보기가 만든 것으로 봐야 한다.

<>연장을 허용한 보기

17번홀(파3-1백72야드).

박은 2위에 2타 앞서며 17번홀에 다다랐다.

박은 6번아이언으로 쳤다.

핀은 그린중앙에서 약간 오른편에 있었는데 박의 볼은 거리는 맞았으나
그린 오른쪽으로 2m가량 벗어나 러프로 떨어졌다.

이홀은 그린 왼쪽이 낭떠러지 형태의 수풀.

박으로서는 2타차인만큼 미스샷 한타로 우승을 날리긴 싫었을 것이다.

박의 세컨드샷은 홀을 2m 지나쳤고 그 파 퍼트는 홀을 스쳤다.

마지막 보기로 합계 6오버파가 되는 순간이었다.

<>운명의 18번홀

박세리가 18번홀 티샷하기 직전 그린쪽에서 우뢰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한조 앞서 플레이하던 아마추어 제니 추아시리폰(20, 미국)이 무려 15m
버디를 잡은 것이다.

그녀는 이날 1오버파 72타의 빛나는 스코어로 4라운드를 합계 6오버파
2백90타로 경기를 끝낸 것.

모든 것은 박에게 달려있었다.

버디면 우승이고 보기면 황금의 명예가 날아가는 상황.

1백45야드 거리의 세컨드샷은 물가쪽 왼쪽 핀을 향해 똑바로 날아왔다.

그러나 거리는 2.7m가 못미쳤다.

그것은 분명한 버디 찬스.

약간 오르막 라인이었고 큰 굴곡도 없는듯 했다.

18번홀 그린 주변은 사방이 고요했다.

숨막히는 우승 버디퍼팅.

그러나 볼은 홀 오른쪽으로 벗어났다.

박 역시 2백90타.

US여자오픈의 전통대로 승부는 월요일 18홀 스트로크플레이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승리의 여신은 짖궂었다.

<>더블보기로 시작된 길고 긴 하루

박은 이날 더블보기 1개에 보기 4개, 그리고 버디 1개로 5오버파 76타를
쳤다.

그런데 그 더블보기도 실은 우승을 향한 최선의 더블보기였다.

무대는 3번홀(파4-4백2야드).

박의 드라이버샷은 페어웨이 왼쪽 깊은 러프에 박혔다.

그린까지 2백야드를 남기고 친 5번아이언은 다시 페어웨이 왼쪽의 낭떠러지
수풀속으로 사라졌다.

그것은 사실 거의 로스트볼로 보였다.

그곳은 무릎까지 오는 억새풀같은 것이 급경사면을 덮고 있었다.

로스트볼이면 트리플보기도 어려웠다.

왜냐하면 세컨드샷을 한 러프에 다시 드롭해서 쳐야 했기 때문.

다행히 볼은 찾았다.

그러나 볼은 풀속에 박혔고 더 큰 문제는 스탠스가 안잡혔다.

워낙 급경사면이기 때문에 자세를 잡으면 그냥 미끄러졌다.

박의 캐디 제프 케이블은 실제 한번은 넘어졌고 몇번이나 뒤뚱거렸다.

스탠스가 도저히 안잡히자 박은 그린을 향한 샷을 포기하고 페어웨이쪽으로
쳐냈다.

그러나 다시 러프.

박의 약 25야드짜리 네번째 샷은 핀을 지나 다시 그린을 약간 벗어났다.

5온1퍼트의 더블보기.

그 더블보기는 당시 상황에서 최선의 스코어였다.

박도 경기후 "그 상황에서는 더블보기을 최선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더블보기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더블보기까지는 용서한다.

그러나 트리플보기는 안된다"

이것이 우승자의 조건이라면 악착같이 더블보기로 막은게 연장의
조건이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