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한 우리 대표팀은 전국민적인 열망과 성원에도
불구하고 내리 2패를 기록, 16강 진출이 좌절됐으며 그 여파로 대회기간중에
차범근 감독이 경질되었다.

이미 16강 진출에 실패한 상태에서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놓고 감독을
중도 하차시킨 처사는 감독의 책임과 관련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때 차감독은 한국축구의 희망이자 자존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선수시절에는 국가대표 부등의 스트라이커로서 온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모았고, 해외에 진출해서는 "차붐"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활약으로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드높였다.

근년에는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국가대표팀을 맡아 탁월한 선수관리와
전술지도 능력을 발휘, 월드컵대회 4회연속 출전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그런데 월드컵 무대에서의 두번의 졸전(?)은 그에게 대회기간중 전격
퇴출이라는 아픔을 안겨주었다.

프랑스 월드컵에서 우리팀의 참패는 전적으로 차감독에게만 그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차감독의 중도하차는 우리로 하여금 "책임의 문제"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들었으며 어떤 일에 대해 책임진다는 것이 얼마나 준엄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차감독은 축구대표팀을 이끌어가는 책임자였기 때문에 그와같은 갑작스런
퇴출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차감독이 지금까지 열심히 쌓아올린 공은 생각하지 않고 마치 그가
혼자서 한국 축구를 망친 감독인냥 매도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일하지 않는 사람은 해놓은 것도 없지만 책임질 일도 없다.

그러나 어떤 책임을 맡아 열심히 일하다보면 때로는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때도 있을 수 있다.

열심히 일하지 않아 책임질 일도 없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한두차례 잘못된 결과에 대해 무책임하게 던지는 냉소야말로 진정 우리사회로
부터 퇴출되어야 할 해악이 아닐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