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성혁명으로 왕이 된 이성계는 명나라 태조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해
고심해야 했다.

즉위한 뒤 반년이 지나서야 "조선"이란 국호의 승인은 받았으나 전국의
신표인 국새는 끝내 받지 못했다.

명의 성조가 금으로 만든 "조선국왕지인"이란 국새를 보낸건 개국 11년
뒤인 태종때(1403년)였다.

고려나 조선에서 "어보"나 "대보"로 불렸던 국새 또는 옥새란 이처럼
황제가 하사했던 신표로서 국왕의 권위와 정통성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국새는 대중국외교문서나 국왕즉위식에만 쓰였다.

정작 국내에서는 사용목적에 따라 여러가지 어보들이 만들어져 사용됐다.

중국과의 사대관계를 끝낸 1894년 갑오경장이후에는 "대조선국보"
"대조선대군주지보"라는 국새를 만들어 썼다.

그리고 1897년 대한제국이 수립되면서부터는 "대한국보" "황제지보" 등
여러가지 국새를 사용했다.

대한민국 건국 이듬해인 1949년 "대한민국지새"라는 새 국새를 쓰다 63년
거북으로 장식하고 한글로 "대한민국"이라 새긴 국새를 만들어 총무처에서
관리해 오고 있다.

정부수립 50주년을 맞아 정부가 태극기 애국가 무궁화 등과 함께 우리나라
상징물의 하나인 나라도장 국새를 바꾸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도장집을 하던 남기웅씨가 열흘동안에 제작했다는
지금의 국새는 한글서체가 치졸하고 거북조각도 예술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무엇보다 35년이나 사용해 마모된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지난 96년에도
바꿔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었다.

아무리 자필서명시대라지만 아직 우리는 도장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라도장도 필요하다.

서체를 훈민정음체로 바꾼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용의 장식보다는 거북 장식이 더 무난하다는 생각이든다.

특히 다섯발톱의 용은 "황제"의 상징이다.

거북은 "장수"를 상징한다.

국새가 더이상 국왕의 상징이 아닌 바에야 모두에게 더 친근한 거북이 낫지
않을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