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형 벤처기업"

최근 정부가 인정한 새로운 형태의 벤처기업이다.

대학 연구실험실을 벤처창업의 보고로 삼으려는 의도인 것이다.

서울 안암동로터리 부근에 위치한 고려대 반도체기술연구소
멀티미디어센터.

이 센터는 지난 2월 "제이케이(JK)미디어"(대표 김석기)란 이름으로
창업을 선언했다.

아직 정식으로 법인등록을 하지는 않았지만 연구소이면서 동시에
벤처기업이 되는 독특한 모델을 제시한 것.

제이케이는 연구용역 사업을 하고있을 뿐 아직 제품 판매로 매출을
올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여느 벤처기업 못지않게 개발실은 연구개발 열정으로 가득차
있다.

10평정도 되는 휴게.수면실에는 심야 연구의 열기가 배어있다.

인적 구성도 관심을 끈다.

25명 전원이 교수와 대학(졸업)생들로 이뤄졌다.

고려대의 김석기(48) 김민기(44)교수, 서경대의 김진헌(39)교수 등
세 교수가 고문으로서 기술지도를 맡고 있다.

김석기 교수는 고려대 벤처동아리,김진헌 교수는 서경대 벤처동아리
지도교수.

연구개발진의 대부분은 서경대생으로 이들의 숫자는 20명이나 된다.

연구소에다 "벤처기업" 타이틀을 덧붙이기 까지는 3년여의 아마추어
과정을 거쳤다.

김석기 교수는 96년 7월 두 김 교수 및 학생 10명과 함께 사무실을 갖추고
연구를 시작했다.

미국 미네소타대 전기공학 박사출신인 그는 AT&T의 벨연구소와 휴즈사
엔지니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상무를 역임하는등 16년간 산업현장에서
일한 베테랑.

김 교수는 "미국 대학에는 낮에는 교수, 저녁에는 사장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다"며 연구팀 발족의 배경을 밝혔다.

김석기 교수는 아침 8시면 멀티미디어센터에 나와 수업시간을 제외하고
밤 11시까지 개발에 매달린다.

교육 연구 경영의 1인3역을 하는 셈.

대부분 학부생들인 연구진과 세 교수간에는 호흡이 잘 맞는다.

김 교수는 "왠만한 시제품은 2~3주만에 끝낼 정도로 연구 집중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연구진들은 한달에 30만~50만원의 보수를 받으면서도 개발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때문에 제이케이의 벤처토양에는 벌써부터 알곡들이 불거져나오고 있다.

현재 개발중인 아이템은 10여가지.

가정 공장 은행 등의 보안용 제품인 모션 디텍터 및 홈시큐리티시스템,
피부 관리용 스킨 애널라이저, 사진촬영 즉석 모니터링시스템 등 10여가지
아이템이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오는 2000년께면 4개 주요 아이템 만으로 5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김 교수는 내다봤다.

제이케이는 현재 기술신보와 중진공에 창업자금을 신청중이며 10억원
가량을 투자해줄 회사를 찾고 있다.

오는 8월까지 법인등록을 마칠 계획.

또한 취약부분인 마케팅 및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해줄 전문경영인이
나타난다면 기꺼이 영입한다는 입장이다.

"공대는 산업현장과 연계되는 산 교육장인 만큼 벤처창업에 기여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주위에서 교수나 대학생 창업을 비판적으로 보지말고 격려해줄 때 대학이
벤처기업의 산실로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김 교수의 바람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