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인수전이 본격화됨에 따라 현대 삼성 대우 등은 자금조달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입찰에 참가할 때는 응찰가액의 10%정도인 입찰보증금만내고 나머지는
12월에 내면되지만 들어가는 돈의 규모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시간적으로 결코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각 기업들은 입찰준비에 나서면서 한편으로 자금동원을 위한
스케줄 작성에 분주하다.

현대 대우 삼성 모두 외국 자금을 끌어들이는데 자금조달의 촛점을
맞추고 있다.

현대는 현대자동차에 대한 외국금융기관 펀드등의 출자와 계열사 매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고쳐 외국금융기관들에게
3천만주의 신주를 우선 배정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현재 주가를 감안해 프리미엄을 계산할 때 우선 배정할 신주는 대충
따져도 5천억원 규모가 넘는다.

외국금융기관들과의 협의는 이미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는 지난 3월 기아자동차 인수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아자동차에 상당하는
규모의 계열사와 사업부문을 떼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제력 집중에 대한 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나 여기에는 계열사를
팔아 인수자금을 마련한다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가 염두에 두고있는 "돈줄"은 세계 최대 자동차메이커인 미국의 GM.

대우와 GM과의 자본합작 협상 일정이 당초 발표보다는 다소 늦어지고
있지만 협상이 끝나면 GM으로부터 적어도 30억~50억달러는 들여올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이 자금의 일부를 기아인수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GM은 대우에 대한 실사작업을 마친 상태여서 적어도 9월까지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대우는 내다보고 있다.

삼성은 포드와 합작협상에 실패했으나 골드만삭스의 자금 12억달러를
9월까지 들여오는데 합의했다.

또 하반기 들어 일본 중동 등에서 외자를 도입하기 위해 실무협상단을
잇따라 파견하고 있다.

삼성이 올해 도입을 추진중인 외자규모는 50억달러선.

기아 인수자금을 동원하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는 얘기다.

정부와 채권단이 기아 인수전에 최고응찰가 선정방식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돈싸움"이 벌어져도 결코 물러설 회사는 없다는 결론을 낸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