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전설의 고향"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조마조마한 긴장감도 없었다.

그리고 무섭지도 않았다.

6일 "묘곡성"으로 올 여름 납량물의 시작을 알린 "98 전설의 고향"(KBS2TV
월.화 오후9시50분).

이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사랑은 각별하다.

소복입은 귀신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이불을 뒤집어쓴채 TV를 보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98 전설의 고향"은 이런 추억을 되살리고 싶어한 시청자들의 기대를
채우기에는 미흡했다.

우선 눈에 걸리는 것은 매끄럽지 못한 특수영상처리.

극의 뒷부분에 등장한 죽은 고양이의 원혼과 충견 "수리"의 싸움장면,
천장을 기어가는 지네의 모습 등에 사용된 컴퓨터 그래픽은 헐리우드의 첨단
기법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겐 어색할 뿐이었다.

한눈에 합성화면임을 알수있을 정도로 어색한 특수영상은 드라마의 사실성을
높이기 보다는 오히려 역효과를 줬다는 느낌이다.

또 도입부분을 지루하게 끌고나가는 바람에 공포감을 유발할만한 장치가
없었던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실제 개와 고양이를 동원, 사실감을 높이려 한 제작진의 노력은
높이 살만했다.

특히 "수리"역을 충실히 소화해낸 개의 연기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어지러운 컴퓨터그래픽이 아니라 약간은 촌스러운듯
하면서도 긴장감의 놓치지 않는 "전설의 고향식"공포가 아닐까.

8월말까지 이어질 후속편들을 기대해본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