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가 98US여자오픈골프대회에서 우승하자 IMF한파로 시름을 앓고 있는
국민들은 ''역시 박세리''라며 모처럼 환한 표정을 지었다.

5시간여에 걸쳐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한 한 끝에 차지한 박세리의 우승
트로피는 국민들에게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큰 감동과 희망을 가져다준
한편의 드라마였다.

특히 절망적인 상황속에서도 흔들림없이 위기를 극복한 박세리의 모습은
지속되는 경제위기와 월드컵 16강 진출무산으로 허탈감에 빠져있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의지를 북돋우기에 충분했다.

7일 새벽 1시부터 5시간동안 생중계된 박선수의 경기장면은 순간순간이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골프를 전혀 모르는 국민들까지 뜬눈으로 TV앞에서 밤을 지새게 만들었다.

연장라운드 18홀에서도 승부를 내지 못하고 서든데스에 돌입한뒤 두번째
홀에서 박세리의 승리를 결정짓는 5.5m짜리 버디퍼팅이 홀컵에 빨려들어가자
밤새 불이 켜져있던 아파트 단지에서는 "세리 만세" "대한민국 만세"라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경기를 지켜보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샌 직장인들은 일찌감치 회사에
출근한 뒤에도 정신력으로 일궈낸 박세리의 승리를 화제로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회사원 정근용(30.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씨는 "무더위와 경제불황으로
지친 국민의 마음을 씻어주는 통쾌한 소식"이라며 "기사회생했던 박세리의
쾌거를 거울삼아 우리 모두가 추락한 경제를 다시 한번 일으켜 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의점 종업원 이성희(23)씨는 "같은 여자로서 어깨가 으쓱해질 정도로
자랑스럽다"며 "18번홀에서 박세리가 친 공이 연못 옆으로 굴러떨어졌을 때
"졌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결국 승리를 따내는 순간
절로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서울 면목동 면중초등학교 김명진(12)양은 "세리언니가 누구보다
자랑스럽다"며 "나도 열심히 골프연습해서 세리언니와 같은 훌륭한 선수가
되고싶다"고 말했다.

< 김광현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