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저널리스트의 아시아 위기진단서 "예고된 공황"(엠마뉴엘
불레스트로저 변광배.김용석역 바다출판사)이 출간됐다.

"아시아의 몰락,세계공황은 시작되는가"를 부제로 한 이 책은 아시아몰락이
충분히 예견됐다는 것을 조목조목 밝혀낸다.

저자는 아시아 몰락의 주요 원인으로 우선 일본 엔화가 94년과 95년
과대평가된 걸 든다.

이는 곧 일본이 동남아에 대규모로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해줬고
이로 인한 과대투자의 결과로 오늘날 위기가 닥쳤다는 분석이다.

단기간에 급격히 이뤄진 성장의 과실이 적절하게 재분배되지 않은 것도
위기를 불러온 요인으로 지적됐다.

혜택의 불균형 분배는 소비열풍을 조장하고 거품경제를 가져온 반면
기간산업 육성과 국가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금융부문의 기초를 다지는 데는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한 예로 한국은 허약할대로 허약한 상태에서 세계 최고 부자나라들의 클럽인
OECD에 가입했으며 국민총생산의 23%와 수출의 60%를 담당하고 있는 재벌들이
중소기업들을 점점 더 고사시켰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부패의 근원이 잘못된 대출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그는 동아시아 위기에 대해 속수무책인 서구를 향해서도 칼날을 들이댄다.

특히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고 근본적인 산업 구조조정을 이루지 못한 채
일반 납세자와 힘없는 기업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결론에서 단기적으로는 어렵고 정치적 불안정 등이 계속되겠지만
상처받은 "아시아의 용과 호랑이"들은 다시 태어나 자존심을 회복할 것이라고
낙관론을 펼친다.

높은 교육열과 저축률, 유휴노동력 증가 등을 토대로 아시아는 제2의
경제성장을 일궈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