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당국이 내년 나라살림을 짜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쓸 곳은 많은데 세수는 한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미 실업대책 금융구조조정자금 등 신규 예산수요가 고정경비로 책정된
상태다.

자연히 정부부처의 일반사업비는 뒤로 밀리게됐다.

내년도 나라살림을 적자재정으로 운용하겠다는 것이 예산당국의 방침이지만
재원배분에 곤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쓸 곳은 많은데 들어올 돈은 없다 =정부 각 부처는 내년도 일반회계
예산을 올해 68조9천4억원보다 9조1백9억원(13.1%) 많은 77조9천1백13억원을
요구했다.

여기에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에 따른 지원비용요구도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내년에 국가가 걷어들일 세수는 70조원안팎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공기업 매각이나 세금을 올리더라도 들어올 돈은 한정돼있다.

결국 10조원 이상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부처요구를 맞추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예산편성의 어려움 =정부는 올해 건전재정 기조를 포기했다.

올 2차 추경예산에 재정적자폭을 GDP의 4%대인 17조5천억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내년 예산은 이같은 재정적자운영이 본격화되는 첫 해다.

문제는 한번 진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것이다.

각 부처나 정치권의 예산증액요구도 줄어들 기미는 없다.

예산청 관계자는 "각 부처 예산을 10%이내 증가에서 제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어려움이 많다"며 "세입내 세출이란 원칙이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지방재정의 불안 =지방자치단체들도 중앙정부의 예산편성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

교부금이나 양도금은 세수에서 일정비율을 배정받지만 보조금은 중앙정부
곳간사정에 따라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올해 지자체들의 예산은 41조2백49억원.

지난해보다 6.0% 줄어든 규모다.

지자체 재정의 정부의존도가 평균 50%대인 점을 감안하면 지자체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처럼 파산하는 지자체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획예산위 관계자는 "지자체 파산에 정부가 재정지원을 할 의무는 없지만
정치적인 배려차원에서 결국 국가가 부담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우려
했다.

<>국민부담 =적자재정에 따른 국민의 고통은 간접적으로는 물가상승에서
나타난다.

직접적인 부담은 적자재정을 결국 후손들이 세금으로 메워야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60년대부터 적자를 기록해 올해 처음으로 수지균형을 맞췄다.

30여년이 걸린 것이다.

우리의 경우 경기가 수년내에 회복세로 돌아서지 않는다면 적자재정에 대한
국민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것이 예산당국의 고민이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