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50년만에 남성의 자리로만 여겨졌던 1급(관리관)에 여성이 처음
발령난데 대해 벅찬 감격을 느낍니다"

여성 직업공무원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차관보급인 1급(관리관)에 임명된
김송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위원장의 소감이다.

"여성들에게 굳게 닫혀있던 정부고위직의 빗장을 풀어 기쁘다"고 이번
인사의 의미를 부여했다.

그녀는 "마침 박세리쾌거도 있어 한층 긍지를 갖게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낙하산식으로 장관, 차관에 임명된 여성들은 많았지만 밑바닥에서
부터 내부승진해 1급에 오른 여성은 김위원장이 처음.

여성차별때문에 노동부근무를 자청했고 이후 줄곧 차별문제로 싸워오던
김위원장.

그녀는 이제 그 문제를 공정하게 판정해야하는 심판관의 위치가 됐다.

김위원장은 보이지않는 차별이 엄연히 존재해왔던 공직사회에서 평소에도
"내가 1급으로 승진하면 여성문제 절반은 해결된다"고 호언해왔던 맹렬여성.

그녀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69년 6급(주사)시험에 합격한 뒤 총무처에
합격하는 순간부터 억울한 대우를 받았다.

7급(주사보)인 남성공무원 뒤에 책상이 배정된 것.

김위원장은 6개월만에 여성근로자문제를 담당하는 노동청으로 자원해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여성근로과장, 산재보험국장, 여성근로국장 등을 거치며 줄곧
여성근로자의 차별문제를 지적해왔다.

육아휴직제도, 전화교환원 김영희씨 정년연장 대법원 승소 등이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지난 90년에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과정에서 여성근로자의 권익보호가
오히려 후퇴된다고 판단, 자리를 걸고 막다가 인사조치된 일화도 있다.

김위원장은 "앞으로 여성근로자들이 가부장 중심의 풍습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하지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 김광현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