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지난 1일 12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을
성급하게 발표한데 대해 은행권의 불만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은행들은 터무니없이 낮은 한국은행들의 BIS비율
이 공표되자 한때 여신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여 적잖은 파장을 몰고왔다.

금감위는 급기야 "BIS비율 등 보도자료에 대한 설명"자료를 만들어 현지
한국금융기관들에 돌렸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의 은행감독원파견관은 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관계자에게도 경위를 설명했다.

금감위의 이같은 해명은 발표자체가 성급했음을 자인하는 것으로 해당
은행으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금감위는 이처럼 파장이 큰 자료를 왜 발표했는가.

금감위는 "퇴출은행선정과정에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 나돌아 이를
불식시키기위해 퇴출결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BIS비율을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의혹은 퇴출된 충청은행과 살아남은 충북은행간의 생사이유나
평화은행의 생존배경 등에 집중됐다.

이 의혹을 불식시키려다 멀쩡한 조건부 승인은행 BIS비율이 공개돼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의 불만은 BIS비율산정기준이나 요주의여신(불건전여신)산정기준이
공식자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3월말 BIS비율과 요주의 여신은 3월말현재의 정식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 아니다.

해당은행이 BIS비율 8%를 2000년 6월까지 달성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데
주목적을 두고 97년말부터 2000년 6월말까지 BIS비율을 추정한 것이다.

그 중간시점의 하나인 98년 3월 자료가 이번에 공개된 것이다.

또 은행계정이나 약정신탁의 채권을 현행기준인 장부가격이 아닌 시가로
평가했다.

시가를 산정하기위한 적용금리도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작년말의 연20%대를
적용했다.

이로인해 은행들이 유가증권평가손충당금을 실제보다 훨씬 많이 쌓아야
했다.

이는 BIS비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

은행권은 이같은 기준문제외에 결산시점인 연말이나 반기결산인 6월말도
아닌 3월말이라는 특수한 시점을 잡아 발표한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비난했다.

실제 외국에서 반응이 빨랐다.

외국은행들은 이자료가 발표되자 즉각 진위파악에 나섰다.

일부 은행은 한국계 은행에 대한 여신을 줄이려 하고 있다.

네덜란드은행은 자국은행들의 한국계 여신에 대한 충당금적립을 검토하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때 대출중단을 결정했던 시티은행이 이날부터 1일물
콜자금중심으로 대출을 재개했다는 것이다.

시티은행은 "한국 금감위가 엄격한 기준으로 BIS비율을 산정했고 정부가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전면적인 대출중단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대출재개이유를 설명했다.

정부는 시티은행의 대출재개가 다른 은행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엄격한 기준으로 산정한 BIS비율이 공개됨에 따라
한국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외국금융기관들은 자료가
공개되지 않더라도 한국금융기관사정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위가 성급한 발표의 파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또 은행권의 어려운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으려 했던 것도 잘못이라는
비판은 지울 수 없게 됐다.

< 고광철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