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고괴담"이 이래저래 화제다.

개봉 6주만에 서울에서만 6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돌풍에 이어
씨네하우스 명보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일부극장의 횡포로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관객이 없는 주중에는 여고괴담을, 관객이 몰리는 주말에는 헐리우드영화를
거는 편법상영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

영화제작자협회는 이에따라 이들극장에 향후 회원사의 작품을 배급하지
않겠다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여고괴담"을 제작한 씨네2000 대표 이춘연씨(47)는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문화풍토에서는 아무리 하드웨어가 발달해도 한국영화의 발전은
힘들다"고 답답함을 털어놓았다.

그는 여고괴담의 흥행이 잘되는데도 편법상영이 일어나는 이유를 "직배사의
횡포와 대기업의 돈욕심이 맞물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극장이 직배사의 비위를 맞춰야 장사가 잘되는 블럭버스터(대형 흥행작)를
공급받을수 있는 배급구조와 상도의를 무시한채 돈만벌면 된다는 경영방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영화상영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사와는 다릅니다.

공공성의 성격이 강하지요.

이번 사태로 관객이 배신감을 느끼고 영화를 외면한다면 누가 손해입니까"

이 대표는 스크린쿼터의 엄격한 적용과 영화계가 상도의를 철저히 지키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을 그 개선책으로 제시했다.

여러가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각급 학교가 방학에 들어간 만큼 새로운
흥행기록을 세우고 싶다는 희망도 밝혔다.

그는 또 여고괴담의 성공요인을 연출과 기획과 마케팅이 조화를 이룬데서
찾았다.

"영화가 성공하려면 관객에게 보여줄 것이 많아야 합니다.

처음엔 공포영화로 기획했지만 학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학창시절의 추억과 여고라는 성적인 이미지가 직장인의 관심을 끈 것도
사실이구요"

이 대표는 "한국영화가 최근 질적으로 큰 발전을 했고 고급인력이 넘쳐나고
있다"며 "이러한 저력을 해외시장개척과 영화발전으로 연결시킬수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