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평화가 영구적으로 보장된다면 군대는 존재할 이유도 존재할
의미도 전혀 없을 것이다.

군대는 반드시 전쟁이나 전쟁의 가능성을 전제로 그 존재가치를 인정하게
된다.

따라서 군사문화는 어디까지나 전쟁이 그 바탕이 되어 형성돼왔고 하나의
독특한 본질을 갖고 있는 것이다.

5.16이후 군사정권이 수립되면서 우리나라는 적지 않게 군사문화가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분야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군사문화의 특징은 첫째로 성과주의를 꼽을 수 있다.

전쟁은 이기느냐 지느냐의 단순논리이기 때문에 싸움에서의 과정은 중요하지
않고 다만 성과만이 전부인 것이다.

어떻게 싸워서 이겼느냐하는 것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승리만이 있을 뿐이다.

좋은 작전계획하에서 멋지게 싸웠으니 설사 그 전쟁에서 패했더라도
과정만은 높이 평가돼야 한다는 논리는 있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성과제일주의의 군사문화는 전쟁이라는 측면에 볼 때 군의
최고 가치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제일주의는 정치 경제 사회분야에서는 군사분야에서와
같은 최고의 가치가 아닐때가 많다.

이들 분야에서는 어떠한 성과를 이루어도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하는
과정이 더 중요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에베레스트 등 세계 고산에 등정한 산악인들을 높이 평가한다.

그것은 그들이 정상에 올라갈때까지의 어려운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타고 정상에 올랐다고 하자.

성과로 보면 똑같은 정상정복이지만 그들에게 가치를 부여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성과 자체보다 과정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더 중요시하는 이유는 같은
성과를 이루었다고 해도 과정과 방법이 다르면 외견상 동일한 것 같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개혁 구조조정 등 우리나라 경제가 회생하기 위한 정책과 목표가 많이
설정되었다.

우리는 이것을 꼭 이루어 하루속히 환난에서 벗어나야 하겠으나 개혁이다,
조정이다 하는것도 어떤 과정을 어떻게 거쳐서 해야하는가를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개혁을 이루어야겠다, 조정을 완성해야겠다하는 성과에만 집착해서
비행기로 정상을 정복하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