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강씨는 89년 10월에 주류대리점을 여는
친척에게 본사에서 외상으로 공급받는 물건값에 대해서 보증을 서주었습니다.

그 친척은 2년간 주류대리점을 열심히 운영했지만 잘 되지 않아 결국
91년 9월에 적자를 본채로 문을 닫았습니다.

강씨는 당시 본사에 대한 채무는 그 친척이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을 처분
해서 모두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난
96년 9월 본사에서 강씨에게 최고장을 보내왔습니다.

최고장에 의하면 91년 9월에 대리점을 폐업할 때 친척이 회사에 진 빚이
모두 5,000만원이었는데 이중에서 3,500만원을 갚았다는 것입니다.

본사에서는 아직 1,500만원의 외상대금이 남아 있으니까 보증인인 강씨에게
이것을 갚으라는 것인데, 강씨는 이 돈을 자기가 꼭 갚아야 하는지에 관해서
물어오셨습니다.

다른 사람이 빚을 내거나 외상거래를 하는데 여기에 보증을 섰다면 보증을
선 사람은 자기가 보증 서준 사람이 갚아야 할 빚이 남아 있는 경우 보증인
으로서 그 빚을 대신 갚아야 합니다.

하지만 강씨의 경우에는 강씨가 부담하는 보증채무의 시효기간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돈을 갚지 않아도 됩니다.

일반적으로 채권의 수명은 대개 10년입니다.

즉 돈을 갚기로 한때부터 10년이 지나는 동안 채권자가 돈을 달라고 소송을
내거나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하는 등의 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돈받을
권리가 없어지고 맙니다.

이렇게 권리가 없어지는 기간을 소멸시효기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강씨의 경우와 같이 상인들사이의 상거래로 인해 발생한 채무의
소멸시효기간은 일반인들의 경우보다 더 짧은 5년입니다.

그러므로 강씨의 경우 본사에서 5년동안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씨의 보증채무의 시효기간이 이미 지나가 버렸다고 봐야 합니다.

시효기간이 지나가버리면 법적으로 아무런 의무가 없기 때문에 강씨는 이제
그 돈을 갚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들면 본사에서 소멸시효기간이 끝나기 전에 원래 빚을 진 강씨의
친척에게 소송을 걸거나 재산을 압류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면 강씨의
보증채무가 소멸되는 기간이 연장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본사에서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해놓았다면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강씨가 계속해서
보증인으로서 돈을 대신 갚게 될 수도 있습니다.

강씨의 경우에는 본사에서 이런 조치를 취했다는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일단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생각되며, 따라서 돈을 갚을 필요는
없습니다.

< 변호사. 한얼종합법률사무소 hanollaw@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