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서세동점"이 본격화되고 있다.

환란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진 아시아 기업들이 속속 미국 및 유럽 자본의
수중에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기업인수합병 전문잡지 "M&A아시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중 미국과 유럽기업의 아시아 기업 인수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의
6배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기업의 인수금액은 작년 상반기의 12억달러에서 올 상반기에는
58억달러로 급증했고 유럽기업의 인수도 43건을 기록, 작년 상반기의
2배에 달했다.

구미자본의 아시아기업 인수열기는 특히 한국과 일본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 기업 인수 금액은 74억달러를 기록해 전체 아시아 기업
인수가액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일본측 통계로도 올 상반기중 외국기업이 일본기업을 인수한 사례는
전년동기대비 건수로는 41% 늘어났고 금액으로는 무려 4배를 넘어섰다.

이와관련, 포천지는 최근 "한국은 동남아 몇개 국가들을 합친 것보다도
큰 경제규모와 아시아에서 가장 뛰어난 산업시설 및 노동력을 갖추고
있어 구미 자본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인도가 17건으로 가장 많고 태국 11건, 홍콩
8건 등의 순이다.

한편 미국의 아시아 기업 인수는 대부분 금융산업에 집중돼 트래블러스
그룹이 일본의 닛코증권과 16억달러 규모의 자본 제휴를 맺었고
메트로폴리탄생명은 한국의 대한생명에 1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굵직굵직한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유럽의 아시아 기업 인수 가운데는 독일의 BASF사가 한국 대상그룹의
라이신 사업을 6억달러에 인수한 것과 스웨덴 자동차회사 볼보가
삼성중공업의 중장비 부문을 5억7천2백만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규모
거래로 꼽히고 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