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원화환율이 달러당 1천3백원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한국경제 안정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정부가 최근 원화가치 급등(원화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을 사실상 용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정경제부와 3.4분기 정책협의를 벌이고 있는 IMF 정례협의단은 10일
협의에서 그같은 견해를 우리 정부측에 전달했다.

IMF가 환율안정을 권고한 것은 기본적으로 올해 한국경제 전망을
지난 2.4분기 협의때보다 비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는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BIS)이나 기업들의
각종 경영지표들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인식을 깔고 있는
것이다.

IMF측은 한국의 금년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마이너스 5% 이하 까지
내려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금융및 기업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올 하반기
경제상황이 예상보다 더 악화되고 신용경색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소비위축으로 내수가 크게 줄어들고 기업들도 시설투자를 통한
생산확대 보다는 재고품 판매에 치중하고 있어 경제성장률이 크게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IMF의 이같은 어두운 전망은 정부가 올해 2차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해
6조원의 세출을 늘리는 것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IMF는 2차 추경예산안의 경기부양 효과가 얼마나 평가해 줄지는
불투명하다.

어쨌든 IMF는 추가적인 통화공급 확대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우리정부는 현재 금년도 GDP 성장률을 마이너스 3~마이너스 4%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경을 통한 경기부양이 효과를 거둘 경우 GDP성장률이 1~2%포인트
정도 더 올라갈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원.달러 환율과 관련, IMF는 외환시장 안정추세보다 훨씬 급속도로
환율이 내려가고 있어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원화가치는 달러당 1천3백원대에서 유지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IMF는 또 최근의 원화가치 급등은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달러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지 한국경제의 기본 체력이 나아졌기 때문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은행에 압력을 가해 인위적으로 금리를 내리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IMF는 그럴 경우 고환율과 고금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외국인투자자들이
환율급락과 이자율 하락으로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는 데다 수출감소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