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몇가지 쟁점이 있었다.

박세리 우승을 둘러싼 쟁점들은 다음과 같았다.

<>교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한 것은 지나친 국수주의같아 거슬렸다.

<>우승후 박준철씨가 그린으로 뛰어 들어간 것은 에티켓에 어긋난다.

<>박세리는 연장전 18번홀 세컨드샷을 할때 지나치게 시간을 끌었다.

여기서 우리는 두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하나는 중계방송사는 미국 NBC였고 따라서 세계 어느나라에서 보든 모든
TV화면이나 코멘트도 미국시각이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18홀 연장전은 선수모두의 싸움이 아니라 박과 추아시리폰
두사람만의 경쟁이었다는 점이다.

이 두가지 전제는 모든 논란의 핵심을 좌우한다.

사람들이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은 "좋다, 싫다, 기쁘다, 슬프다"라는 감정을
가장 솔직히 표현할수 있기 때문이다.

태극기문제도 그런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골프는 국가대항아닌 개인운동인데 태극기를 흔든것은
너무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선수가 우승하면 미국인들이 기뻐하고 스웨덴 선수가 우승하면
스웨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당연하다.

교포들이 태극기를 흔든 것은 그들 마음에서 우러난 그들 응원방식중 하나일
뿐이다.

만약 한국에서 열린 골프대회에서 미국인 갤러리가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선수를 응원했다면 우리는 눈쌀을 찌푸릴 것인가.

적어도 현장 분위기는 전혀 눈에 거슬리는 것이 없었고 문제가 되지도
않았다.

현장에서는 미국인들의 추아시리폰의 응원만이 두드러 졌을뿐인데 태극기를
비난하면 미국인들의 추아시리폰응원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지적할수 밖에
없다.

아버지의 우승후 행동도 관점 나름이다.

우승상황에서는 앞팀도 없었고 뒷팀도 없었으며 스코어카드를 제출할
필요도 없었다.

더욱이 그때는 예의나 매너를 따지기 앞서 인간의 감정이 가장 순수하게
표출될수 밖에 없을 만큼 극적인 순간이었다.

그런 순간 상대선수및 캐디와의 악수와 우승자의 환희 순서가 뒤바뀐 것이
골프를 모르는 매너로 꼬집어 비난할 필요가 있을까.

또 우승후 TV인터뷰도 그린위에서 이뤄진 것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밖에 18번홀에서의 "시간"도 두명뿐인 연장전, 그것도 일생에 한번
올까말까한 US여자오픈 우승을 노렸던 상황임을 전제로 해야한다.

시간을 지나치게 끌었다면 경기위원이 벌타를 매길수도 있다.

실제 이번대회에 리사 월터스는 슬로플레이로 2벌타를 부과 받기도 했다.

경기위원도 이해한 "시간"을 제삼자들이 왈가왈부할 필요는 전혀 없다.

TV와 외신은 그들의 관점이고 쟁점도 "꼬집기"차원에 불과하다.

그들이 한국인 박세리의 메이저 연승을 우리만큼 기뻐할리는 없다.

그들의 표현을 우리가 전적으로 수용하며 쟁점화한다는 것이 이상하다.

< hkgolf@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