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한국에 대한 추가 차관 제공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장 미셸 세베리노 세계은행(IBRD)부총재에게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을
비롯한 구조조정 의지를 전달하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 경제계의
노력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김우중 전경련회장 대행과 5대 그룹
종합상사 대표들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힐튼호텔에서 세베리노 부총재와
만찬 간담회를 갖고 한국경제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세베리노 부총재는 특히 한국정부가 추진중인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으며 이에 관한 재계의 의견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정부의 방침에 재계는 아무런 이의가 없으며
앞으로 구조조정 작업을 자진해서 적극적으로 벌여나갈 것"이라며
"빅딜도 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측 참석자들은 또 "한국경제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은 기업이 활력을
되찾고 수출을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늘리는 것이지만 고금리와 금융경색으로
큰 어려움을겪고 있다"고 설명하고 "IBRD가 한국에 제공하는 차관을
구조조정 등 특정용도에 국한하지 말고 기업의 수출입 지원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세베리노 부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고금리 처방에는
다소 문제점이 있다"고 인정하고 "IBRD 차관을 한국기업의 수출입
지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세베리노 부총재는 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에서는
경제활력회복을 위한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우리 정부의
경기진작을 위한 적자재정 편성방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경련은 이날 "올해 한국경제는 4백3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수출입 지원이 정상화될 경우 재계가 목표한 5백억달러의
흑자달성도 가능하다"는 요지의 경제전망 보고서를 세베리노 부총재에게
전달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지난달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에
이어 세베리노 부총재도 한국 재계의 구조조정 의지를 직접 확인한
만큼 앞으로 선진국들과 국제금융기구의 한국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1일자 ).